“TV 맞은편에 소파, 전통 거실구조 곧 사라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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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집을…’ 펴낸 김지수 대표
집 구조, 사회-문화적 영향 받아
대형 테이블이 거실의 중심 되고 아파트도 발코니형이 인기 끌 것

집 꾸미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에선 더 뜨겁다. 취향을 중시하는 데다 코로나 19로 인한 ‘집콕’ 문화 확산 때문이다. ‘오늘의 집’ 같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도 많이 활용한다.

14일 출간된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의 저자인 김지수 매스티지데코 대표이사(53·사진)는 “집을 꾸미는 것이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유명 브랜드 가방, 외제차처럼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사적인 공간을 나만의 취향으로 채워 넣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6일 김 대표를 만났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여행, 외식에 쓸 돈을 고가의 가구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듯 그는 집 안 구조와 가구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에 경대, 소반같이 낮고 작은 가구가 많았던 이유도 17세기 소빙하기 확산에서 찾는다.

“소빙하기 시절 추위가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선 사람들은 난방 시스템을 온돌로 바꿨습니다. 온돌의 확산은 좌식문화로 이어졌고, 좌식 가구가 발달하게 됐죠.”

코로나19 이후에도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까. 김 대표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람들이 소비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는 ‘홈코노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즐기는 ‘홈파티’의 편안함, 거실 소파에서 ‘혼술’을 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는 안락함을 쉽게 놓진 않을 것이란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집 안에서 즐기는 법을 찾았습니다. 집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한국식 히키코모리(운둔형 외톨이)’ 세대가 주거문화를 이끌어 갈 겁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1978년 서울 강남구 서초삼호아파트의 거실(위쪽 사진). 소파와 TV가 놓인 전통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거실 한가운데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큰 테이블을 놓는 인테리어가 인기다. 싱긋 제공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1978년 서울 강남구 서초삼호아파트의 거실(위쪽 사진). 소파와 TV가 놓인 전통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거실 한가운데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큰 테이블을 놓는 인테리어가 인기다. 싱긋 제공
그가 전망하는 미래 집의 특징은 ‘커지는 거실’이다. 과거 거실은 가족이 모여 TV를 보는 공간이었다. 이젠 각자 방에서 휴대전화를 갖다 보니 거실은 무용지물이 됐다. 놀고 있는 거실은 업무, 식사, 휴식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거실에 둘 대형 테이블, 테이블 높이에 맞는 소파 등 가구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TV를 두고, 맞은편에 소파를 놓는 전통적인 거실 구조는 해체될 겁니다. TV와 소파의 자리에는 큰 테이블이 놓일 거예요. 저희 집 거실엔 통원목 테이블인 2m 길이 우드슬래브가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요. 여기서 아이들이 숙제도 하고, 저도 업무를 봐요. 이런 집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요?”

아파트도 내부에 속한 베란다가 아니라 벽에서 돌출된 발코니를 갖춘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코니는 하늘을 마주하기에 햇살과 바람을 바로 맞을 수 있다.

“주말에 녹음이 짙은 교외로 여행을 떠나고 쾌적한 테라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취향이 아파트에도 옮겨 올 거라고 봐요. 탁 트인 곳에서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느끼며 자연의 품에 안기길 원하는 인간의 본능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대형 테이블#거실의 중심#발코니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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