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수헬리베붕탄질산…’은 어떻게 인류사를 썼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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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필립 볼 지음·고은주 옮김/224쪽·3만5000원/휴머니스트

1번 수소(원소기호 H), 6번 탄소(C), 8번 산소(O)…. 학창 시절 무작정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의 일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다.

책의 부제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다. 외우면서도 의미를 몰랐던 원소와 세상의 관계를 다양한 이해의 징검다리를 통해 설명한다. 거의 매 쪽 실려 있는 사진과 일러스트, 쉬운 설명으로 전하는 비주얼 히스토리다. 영국의 과학 저술가이자 물리학 박사인 저자는 저명한 과학 잡지 ‘네이처’의 물리, 화학 분야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각 원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화학사뿐 아니라 인류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책은 만물의 근원을 찾으려는 고대 철학자의 시도부터 다른 물질로부터 금(金)을 얻으려는 연금술의 발달, 현대의 과학적 성과까지 아우른다.

특히 금을 향한 욕망은 과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세계 역사를 이끌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7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헤닝 브란트는 비금속을 금으로 변환시켜 주는 ‘철학자의 돌’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는 소변을 모으고 증류한 뒤 고체 잔여물을 추출했다. 이 물질은 가열하면 마늘 냄새가 나는 액체가 됐고, 공기와 접촉하면 불꽃을 내며 폭발했다. 원소기호 15번 인(P)이었다. 저자는 “원소 발견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자연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원소#과학#물리#화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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