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딛고 몸짱 된 의사 “사고 후 정신 번쩍…절박함으로 운동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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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정진혁 한양대 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진혁 한양대 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뇌출혈 사고 이후 절박함으로 인해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짱’으로 거듭났다. 정 교수가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정진혁 한양대 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뇌출혈 사고 이후 절박함으로 인해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짱’으로 거듭났다. 정 교수가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정진혁 한양대 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1)는 2019년 7월 ‘뇌출혈 사고’로 병원 신세를 졌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는데,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머릿속이 ‘핑’ 하고 돌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정 교수의 기억은 거기까지다.

아내는 ‘쿵’ 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쓰러진 정 교수를 발견하고 곧바로 119를 불렀다. 응급검사 결과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이 확인됐다. 이후 12시간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면서 출혈 진행 상황을 주시했다. 다행히 추가 출혈이 없어 뇌를 여는 수술은 면할 수 있었다. 안정을 찾는 데 4일이 걸렸다. 2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한 후에는 2개월 병가를 내고 쉬어야 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극적인 반전이다. 정 교수는 ‘몸짱’이 돼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정 교수는 “죽음 문턱까지 다녀왔다는 절박함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 “건강 적신호 무시하다 사고”
정 교수는 그날 새벽 어쩌다 의식을 잃은 걸까. 그는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했다. 상체를 갑자기 세우는 바람에 뇌에 즉각 혈액이 공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증세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종종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의식을 잃으면 털썩 주저앉으면서 넘어진다. 하지만 정 교수는 추락하듯 곧바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바람에 뇌출혈이 생겼다. 정 교수는 자신의 몸이 유연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군의관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파열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뼈와 뼈를 붙였다. 이후 상체를 제대로 굽히지 못할 정도로 몸이 뻣뻣해졌다고 한다.

정 교수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 딱히 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뇌출혈 사고 이후 그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이켜 보니 건강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지방간이 있었고, 배는 불룩 튀어나왔다. 분명한 적신호였지만 무시했다.

물론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꽤 받고 있으며 운동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업무량이 너무 많았고, 학회 활동과 논문 작업까지 겹치면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도 며칠 만에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사고 후 정신 번쩍 들어 운동 시작”
사고 이후 정 교수는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운동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고를 다시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붙지 않았다. 병가 기간에는 대부분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뭔가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매주 2, 3회 1, 2시간씩 하천 산책로를 걸었다. 하지만 뇌혈관이 다시 터질까 봐 시속 4㎞ 이하의 느린 속도로 걸을 뿐이었다.

2개월의 병가가 끝나고 다시 출근했다. 환자 진료도 재개했다. 하지만 어지럼증과 두통이 정 교수를 괴롭혔다. 후유증은 꽤 컸지만 최소한 6개월 동안은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5월 몸 상태가 좋아지자 집 근처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내키는 대로 운동했다. 그러다 우연히 개인 트레이너 이용권 6장을 동료 교수에게 얻은 것을 계기로 체계적인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정 교수는 퇴근하면 곧바로 헬스클럽으로 달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저녁 모임이 사라지자 운동 시간을 늘렸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헬스클럽을 찾아 근력 운동을 1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했다.

● 건강 되찾고 ‘몸짱’ 도전
운동 효과는 언제부터 나타났을까.

20, 30대 남성이라면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1, 2개월만 제대로 해도 근육이 빨리 붙는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50대 남성은 다르다. 정 교수의 경우 6개월이 지난 후부터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볼록한 배가 쏙 들어갔고, 가슴에도 근육이 조금씩 붙었다. 몸이 변하니 운동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긋지긋하던 두통과 어지럼증도 이 무렵 완전히 사라졌다. 근력도 크게 좋아졌다. 처음에는 턱걸이를 하나도 못했다. 지금은 10개 정도는 식은 죽 먹기란다.

근력 운동에 재미가 붙는 것과 비례해 몸도 탄탄해졌다. 다시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보디프로필’ 촬영에 도전했다. 쉽지는 않았다.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체지방을 집중적으로 뺐다. 도전 직전의 체지방률은 12%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5%까지 줄였다. 식단도 ‘빡빡’하게 바꿨다. 탄수화물은 대폭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했다. 간식은 없앴다. 꽤나 힘들었나 보다. 정 교수는 “운동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중년 세대에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앞으로도 추가 프로필 촬영은 하지 않을 거란다.

정 교수는 요즘도 퇴근 후 가급적 매일 헬스클럽을 찾는다. 여유가 닿는 대로 30분이든 1시간이든 운동하고 집에 간다. 휴일에는 시간을 늘린다. 때론 4시간씩 운동한다. 정 교수는 “이제 운동은 하루의 마무리 일과가 됐다. 즐겁게 운동하면 몸은 반드시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진혁 교수가 3개월 전 촬영한 보디프로필 사진. 정진혁 교수 제공
정진혁 교수가 3개월 전 촬영한 보디프로필 사진. 정진혁 교수 제공
50대 ‘몸짱’ 의사가 알려주는 중년의 근력 운동법

50대 이후 근육량은 매년 1~2%씩 줄어든다. 덩달아 근력도 1.5~5%씩 감소한다. 노화에 따른 ‘근감소증’인 셈이다. 근력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정진혁 한양대 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중년의 근력운동 방법을 들어봤다.


첫째, 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가급적 매일 헬스클럽에 가야 한다. 운동을 중도에 관두더라도 일단 헬스클럽에 가는 게 필요하다. 반복적 행위를 통해 ‘운동 루틴’을 만든다는 것이다.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는 것도 좋은 운동 루틴이 될 수 있다.

둘째, ‘중년 헬스’는 과하면 안 된다. 20, 30대라면 근육을 키우는 ‘벌크업’이 무방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린보디 매스업’이 적합하다. 또한 중년 이후에는 어깨와 무릎 관절이 약하고 유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과도하게 무거운 기구를 들다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중년 이후에는 바벨(역기)이나 덤벨(아령)과 같은 ‘프리웨이트’보다는 헬스 기구를 활용한 운동이 좋다. 이런 운동이 부상의 위험도 낮고 운동 강도를 조절하기 쉽다. 맨몸으로 하는 스퀏, 런지, 팔굽혀펴기, 턱걸이 같은 운동도 괜찮다.

넷째, 운동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대체로 근육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질 정도의 강도가 좋다. 지나치게 강도가 높으면 부상 확률이 커진다. 반대로 강도를 너무 낮추면 근육에 자극을 주지 못해 운동 효과가 적다. 처음에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차츰 강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다섯째, 근력 운동을 할 때는 신체를 등, 가슴, 하체 등 셋으로 분할해 하루에 한 부위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여러 부위를 목표로 동시에 운동할 경우 근육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근육에 자극을 주면 48시간 정도는 쉬어야 다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3일을 주기로 부위별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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