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회사에 가면 왜 우울해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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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고지인 지음/256쪽·1만1500원·문학수첩
◇빛의 얼굴들/조수민 지음/308쪽·1만6000원·을유문화사

은은한 조명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완벽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한 카페에 앉아 친구와 대화하려는 찰나, 댄스 음악이 귓전을 때린다. 볼륨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 이런 카페를 두고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저자는 “공간 사운드 디자인에 완벽하게 실패한 장소”라고 지적한다. 그가 카페에서 금세 나가는 일이 잦은 것도 공간에 스며들지 못한 사운드가 귀를 괴롭혀서다. 저자는 주로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이나 소리를 제작하고 편집하는 ‘사운드 디자이너’. 책엔 공간에 어울리는 사운드 디자인 등 우리가 24시간 노출되는 소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세상에 좋은 소리를 입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빠른 비트의 화려한 음악이 장소의 청춘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사운드에 무신경한 일부 공간 소유주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튼 순간 회색도시가 낭만 넘치는 도시로 보였던 경험을 언급하며 ‘소리의 힘’도 강조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 좋겠다. 세상이 좋은 소리로 가득 차도록.”


우리가 24시간 노출되는 건 빛도 마찬가지. 조명 디자이너인 ‘빛의 얼굴들’ 저자는 자연광과 인공조명 등 빛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낸다. 회사만 가면 우울해지는 데는 조명이 한몫을 한다. 사무실 조명은 모든 공간에 균등한 조도를 주는 방식으로 배치되는데 이는 흐린 날의 자연광과 비슷하다. 직사광이 사라지고 하늘을 뒤덮는 균일한 빛인 천공광만 존재하는 우울한 분위기가 회사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저자가 소개하는 ‘빛 환경 개선법’ 중엔 실천에 옮기고 싶은 것들이 많다. 당장 집안 조명을 모조리 바꾸고 싶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단점이랄까.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회사#우울#소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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