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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BTS ‘봄날’이 추모곡으로 들리는 이유

입력 2021-10-02 03:00업데이트 2021-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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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오희숙 지음/316쪽·1만7000원·21세기북스
리얼리즘 미술, 리얼리즘 문학은 있는데 리얼리즘 음악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도 리얼리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대 작곡과(이론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선 방탄소년단(BTS)이 2017년 발표한 ‘봄날’을 사례로 언급한다. 느리게 반복되는 서정적 선율, 절절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가사 등 곡이 가진 느낌과 음향은 듣는 이로 하여금 추모의 감정이 느껴지게 한다. BTS가 이 곡에 대해 ‘세월호 추모’에 관한 내용이라고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곡을 듣는 이라면 현실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을 머릿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재현해낸다. “음악은 결국 사회를 품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여러 곡이 가진 아름다움과 그 의미에 대해 풀어냈다. 이를 음악미학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철학의 한 분야인 미학과 음악학이 만나는 학문이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이 개념에 대해 저자는 드뷔시의 ‘달빛’, 슈베르트의 ‘송어’ 등 익히 알려진 클래식부터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BTS의 ‘봄날’을 사례로 들며 이해를 돕는다.

예시로 든 곡들이 귀에 익다고 해도 독자에게 책은 다소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다. 휴대전화 속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접하는 시대에 “적절한 연주가 음악적 의미를 만든다” “음악이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거나 “회화는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할 수 없지만 음악은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철학적 사유는 우리가 늘 듣던 음악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곱씹게 한다. 아도르노, 니체, 루소 등 유명 철학자들이 음악의 가치에 대해 평가한 내용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음악의 미래 변화에 대해서도 짚었다. 앞으로 음악은 어떻게 진화할까.

인류가 축적한 음악 이론을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하는 인공지능(AI) 작곡가가 등장하는 시대. 저자는 “아직 인간의 작곡법을 모방하는 수준”이라면서도 “AI가 대중화되면 음악 창작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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