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도 알리고, MZ세대도 사로 잡고…인간문화재, ‘라이브 커머스’ 진출

이기욱 기자 입력 2021-08-01 14:15수정 2021-08-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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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시청자 수 12만8000여 명. 유명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장인(53)의 라이브 커머스에 몰린 사람들의 수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MZ세대가 즐겨 찾는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네이버와 함께 올해 6월부터 매달 한 명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와 함께 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 MZ세대에게 전통을 알리기 위해서다. MC를 맡은 방송인 박경림 씨(42)가 장인의 공방으로 찾아가는 토크쇼 방식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한다. 시청자는 영상을 통해 공방을 둘러보고, 작품 제작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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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이 낯선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하게 된 건 전통 문화를 알리는 기존의 방식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김기호 장인은 7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강연과 작품 제작 시연에는 많아야 5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며 “대학생 아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 방식의 홍보가 젊은 세대에게 전통공예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접근하기 좋은 방식으로 바꾼 결과 그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12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전통 문화를 알릴 수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건 생소한 경험이긴 하다. 6월 라이브 커머스에서 나선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 장인(71)은 시청자들의 “귀엽다”는 반응에 당황하며 수줍게 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의 라이브에는 7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였다. 박 장인은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는데, 조명과 카메라가 있는 생방송 환경과 실시간 소통은 처음이라 정작 준비한 것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토크쇼도 장인들에게는 낯선 방식이다. 김기호 장인이 아내에게 금박댕기를 생일선물로 준 것에 대해 박 씨가 묻자 김 장인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댓글로 “너무 로맨틱하다”는 반응을 남겼다. 김 장인은 “방송에서는 작품에 대해서만 말했기에 사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달 19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보유자 김혜순 장인(77)의 쇼핑 라이브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 장인은 MBC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편에서 유재석이 착용한 머리장식을 만들었다. 김 장인은 “실시간 소통하는 이런 라이브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솔직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장이들이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낯선 방식에 도전하면서도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의 사명감이다. 김혜순 장인은 “한국 전통을 알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고 말했다. 박명배 장인 역시 “무형문화재는 그냥 방치해두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전통을 계승하고 보급할 수 있다면 새로운 방식이라도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전통 문화와 MZ세대 문화의 결합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라이브 커머스를 기획한 한국문화재재단 김희정 상품기획팀장은 “전통 공예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들이 느끼고, 장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문화를 알리려 했다”며 “무형문화재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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