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 제목-디자인-교정? 독자들에게 물어봐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6-28 03:00수정 2021-06-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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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 마니아에 원고 등 보내
독자들은 문맥상 오류도 찾아내고
사실관계도 꼼꼼히 검토해서 회신
편집단계서 참여해 만족도 높아
정세랑 작가의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출간 전 가제본에 독자들이 필기한 모습. 일부 독자는 오프라인으로 출판사 편집자를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독자님들. 정세랑 작가의 신작 에세이 제목을 골라 주세요!”

지난달 13일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독자 100명을 상대로 이 같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긴급 진행했다. 작가와 출판사가 책 제목을 정하지 못하자 독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경합 끝에 독자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 이 에세이의 제목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로 정해져 이달 10일 출간됐다. 위즈덤하우스가 의견을 빠르게 모을 수 있었던 건 독자들을 책 편집에 직접 참여시키는 ‘SSA 비밀요원 프로젝트’를 지난달부터 운영한 덕이다. 김소연 위즈덤하우스 스토리독자팀장은 “책 1권당 100명의 독자를 비밀요원으로 선정하고 출간 전에 온·오프라인으로 의견을 취합한다”며 “미리 가제본과 기념품을 받는 혜택뿐 아니라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독자들이 만족해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출판사들이 독자들을 책 출간 전 편집 단계까지 참여시키고 있다. 독자들은 제목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도 검토한다. 출판사는 독자에게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 책을 소개하고 싶은 대상 등을 물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과거엔 출간 후 독자들에게 책을 무료로 주고 온라인 서평을 독려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젠 책 출간 전에 독자를 참여시키며 마니아 독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 이타북스는 이달 14일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 ‘고구려 7’을 출간하기 전에 독자 10명을 선정해 오탈자를 바로잡는 책 교정에 참여하게 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한 마니아 독자들에게 인쇄된 원고와 교정 가이드를 보낸 뒤 빨간색, 파란색 볼펜으로 교정을 해서 되돌려 달라고 한 것.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독자들은 문맥상 오류도 찾아내고, 사실관계도 꼼꼼히 검토해 출판사에 회신했다. 정은진 이타북스 편집장은 “참여하는 독자는 대부분 작가를 사랑하는 애독자다. 소수 정예로 운영하기 때문에 원고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편집자가 원고를 서너 번 꼼꼼히 봐도 오탈자를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애독자 10명이 도와주시면 편집자 10명이 도와주는 기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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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은 독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책 출간 여부를 정하기도 한다. 2013년 출간됐다가 절판된 경영서 ‘조인트 사고’를 올 4월 다시 펴낸 김은영 생각지도 대표는 “경영서를 주로 읽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재출간을 바라는 독자들의 의견을 알게 돼 재출간을 결심했다”며 “책 편집뿐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독자들의 입김이 미치는 셈”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ssa 비밀요원 프로젝트#출판사#마니아 독자들#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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