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의식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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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라는 꿈/대니얼 데닛 지음·문규민 옮김/320쪽·1만7500원·바다출판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지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음을 의식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의식의 사전적 정의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의식에 의문을 품었다.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반세기에 걸쳐 축축한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생기는지를 고민했다. 의식의 형성 과정은 과학이 아닌 신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의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1970년대 영미권의 심리철학과 언어철학 분야에서는 의식을 개인에게 직접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으로 그렸다. 예컨대 우리가 잘 익은 레몬을 연상할 때 떠올리는 농밀한 노란색처럼 말이다. 사실 그 색은 객관적 실존이라기보다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현상에 가깝다.

저자는 의식을 애매모호한 환영인 것처럼 정의하는 전통적인 개념을 거부한다. 그는 의식을 진화 과정의 산물이자 생물학 현상으로 본다. 신진대사, 생식, 대륙 이동 등 다른 자연현상처럼 과학연구를 통해 의식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예컨대 사람들은 ‘의식하는 주체’란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는 존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신체를 구성하는 수조 개의 세포 중 내가 누구인지 자각하는 건 없다고 단언한다.

그 대신 뇌 안에서 매 순간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정보들 사이에서 선거 같은 경쟁과 선발의 과정이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은 정보는 마치 선출된 권력이 국가를 다스리듯 뇌 구석구석에 울림을 일으킨다. 그렇게 뇌 전체에 메아리치는 정보가 특정 시점에서 의식의 내용이 된다는 얘기다. 그의 의식 이론인 ‘환상의 메아리 이론’의 골자다.

이 책은 저자의 논문과 강의록을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의식을 과학의 영역에 올려놓으려는 노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의식#과학#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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