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자가 털어놓는 디지털 디톡스 체험기 ‘디지털, 잠시 멈춤’

  • 동아경제
  • 입력 2021년 6월 8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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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마트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혹여 스마트폰이 고장 나거나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에 불안에 떠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틈나는 대로 스마트폰의 세상을 열어 쏟아지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확인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잠금 해제 횟수가 무려 90회에 이른다고 하니 현대인의 삶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디바이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먹고 있는 우리 뇌는 엄청난 양의 ‘정크 인포메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짧은 요약본만 읽으려고 하는 디지털 문화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단순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열광하게 만든다. 과도한 정보량, 얕은 생각, 자극적인 반응에 익숙해질수록 기억에 남는 것은 없으며 집중도는 떨어지며 생각은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지한 실리콘밸리 부모들은 기를 쓰고 자녀들을 스마트 기기와 떼어놓으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자녀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해 스마트 기기의 부정적 영향이 증명되면서, 곳곳에서 스마트 기기와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 스마트 기기와 거리를 두고 오감을 활용해 진짜 삶의 본질을 되돌아본 생생한 체험기가 출간돼 이목이 쏠린다.

이지북에서 펴낸 ‘디지털, 잠시 멈춤’은 20년 동안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는 세상에 사로잡혀 살아온 저자가 디지털 문화와 거리를 두면서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상세히 담았다. 저자는 오히려 여행의 기억을 흐릿하게 만드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끊으면서, 사물을 더 깊이 관찰하고 기억하려 오감이 깨어나는 것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스마트폰 없이 밥 먹어보기, 비행기 모드로 살아보기, 검색 기록장 만들기, 노트랑 펜만 들고 전시회 가기 등 디지털과 삶의 조화를 위한 저자의 여러 가지 실험과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저자 고용석은 실제 경험한 디스커넥트 실험기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과 브런치에 게시하며, 디지털 얼리어답터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왔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앞으로도 디지털과 삶의 조화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험하며, 그 결과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디지털, 잠시 멈춤’은 디지털 기기에 치여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더불어 디지털을 디스커넥트하고 아날로그에 커넥트하는 시도가 잠들어 있던 우리 뇌의 능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또한 그동안 얼마나 우리 뇌를 방치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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