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만든 허상 깨고 삶의 진짜 주인 되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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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목종 스님 부산 대광명사 주지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화려한 연등으로 단장한 전남 화순 운주사. 동아일보DB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화려한 연등으로 단장한 전남 화순 운주사. 동아일보DB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부처님 탄생게(誕生偈)에 잘 나타나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이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중생들은 매 순간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 한다. 괴로움이란 불편함, 불만족의 느낌이다. 원인은 자신이 그 느낌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즐거움이란 편안함, 만족의 느낌이다.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대상이나 조건에 대한 감각의 느낌을 싫어하면 불편하고 불만족하게 되고, 괴롭다고 여기는 것이다. 반대로 대상이나 조건에 대한 감각의 느낌을 좋아하면 편안하고 만족하게 되고 우리는 그 느낌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즐거움과 괴로움의 원인이다. 부처님께서는 괴로움과 즐거움의 근본 원인은 대상이나 조건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에 있으니 직접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고 좋아하는 마음을 늘려가라는 것이다.

두 개의 마음은 욕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욕심이 많을수록 싫어함은 늘어나고 좋아함은 줄어든다. 욕심이 적을수록 좋아함은 늘어나고 싫어함은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욕심을 버리라고 하신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방법은 먼저 내 재산, 내 재능, 내 몸, 내 마음을 필요한 곳에 나누어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나누는 만큼 더욱더 욕심은 버려지고 싫어함은 줄어들고 좋아함은 늘어나며 자신은 만족하고 편안할 것이다. 이 나눔이 공덕이며, 공덕은 생사윤회를 하는 중생들의 즐거움을 얻는 방법인 것이다. 두 번째는 지혜다. 지혜란 나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다. 공덕을 지어 괴로움에서 즐거움을 얻으려면 나눔을 실천할 건강한 몸이 꼭 필요하다. 몸이 병들거나 늙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면 모두가 무용지물이다. 결국 생로병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보다 완전한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로병사는 어느 세계의 중생이든 가장 괴롭고 두렵고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생로병사를 벗어난 해탈을 얻고자 하면 생로병사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몸을 지니는 한 중생은 모두 생로병사의 길을 간다. 그러면 몸은 왜 태어날까? 잘 모르면 사는 동안 내 몸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몸은 내 마음에 싫어함에서 좋아함을 주는 대상이나 조건을 구하는 도구인 것이다. 눈으로 좋아하는 색과 모양, 귀로는 좋아하는 소리, 코로는 좋아하는 향기, 입으로 좋아하는 맛, 피부로는 좋아하는 감촉 등을 구하니 몸이 꼭 필요한 것이다. 이 몸이 늙고 병들면 좋아하는 감각을 구함에 불편하고 죽으면 전혀 구할 수 없으니 두렵고 괴로워한다. 그래서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태어나면 반드시 늙고 병들고 죽는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해 건강을 회복하고 나이 먹어 불편해지면 감수하며 적응해 살아간다. 그러다가 죽음에 이르면 전혀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으니 새로운 몸을 구하고자 한다. 이것이 윤회, 환생이다. 다시 말해 해탈하고자 하면 태어나지 말아야 하고, 태어나지 않으려면 몸이 필요 없어야 하고, 몸이 필요 없으려면 마음이 싫어함에서 좋아함을 구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즉 괴로움에서 즐거움을 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마음은 나와 싫어하는 느낌이 합쳐진 모습이다. 좋아함도 나와 좋아하는 느낌의 합성이다. 좋아하는 느낌과 싫어하는 느낌은 다르지만 그 느낌을 아는 주인인 나는 동일하다. 그러니 마음의 주인인 나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싫어함과 좋아함을 분별해서 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할 필요가 없으니 열반이요, 구해 줄 도구인 몸이 필요 없어 구하지 않으니 이것이 생사해탈인 것이다. 그 싫어함과 좋아함의 주인인 나를 진여자성(眞如自性)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조건이든지 변하지 않는 나의 본성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지혜의 모습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모든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게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공덕과 지혜를 통해 본래 누구나 가장 완전하고 영원한 즐거움인 해탈열반을 갖추고 있음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구에게도 괴로움과 생사윤회의 고통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과 내 몸을 나 자신으로 동일시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일어난 착각일 뿐이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의 참뜻을 배우고 실천해 보자.
#부처님오신날#종교#불교#부처님#석가탄신일#목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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