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어 할리우드도 접수한 윤여정의 어록들

뉴스1 입력 2021-05-01 06:38수정 2021-05-0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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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와 ‘화녀’ ‘충녀’ 등을 연출하고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롤모델로 꼽히는 고(故) 김기영 감독은 생전 윤여정을 두고 “내 말을 이해한 유일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심오한 작품 세계를 갖고 있는 김기영 감독이 지적인 배우 윤여정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80, 90년대 윤여정은 TV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많은 중견 배우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30, 40년이 지난 ‘요즘 사람’들은 그를 ‘힙’하고 재밌는 할머니로 여긴다. 이들 대부분은 윤여정의 매력을 나영석 PD가 연출한 ‘꽃보다 누나’부터 ‘윤식당’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만끽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발견된 윤여정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허를 찌를 뿐 아니라 진짜 어른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력까지 전달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윤여정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쏟아낸 여러 이야기들은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60세가 돼도 인생은 모른다,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세는 처음이다”(‘꽃보다 누나’)나 “나는 배가 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것이다…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한다”(‘무릎팍도사’) “모든 것이 언젠가는 저문다, 젊을 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은 같이 간다”(‘택시’) 같은 명언은 젊은 세대에게 아직 가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동시에 ‘멋진 어른’에 대한 기준을 정립했다.

절정에 다다른 윤여정의 매력은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윤여정은 ‘오스카 레이스’ 기간에 영화 ‘미나리’의 프로모션을 위해 여러 매체 및 영화제 등에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은 영어권 관객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오스카 레이스’ 기간 해외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든 윤여정의 어록을 정리해봤다.

◇ “경력이 오래 됐다고 위대한 건 아니다”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화상 인터뷰 20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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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지난 2월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측과의 화상 인터뷰에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과 함께 응했다. 이 자리에서 진행자는 윤여정에게 “당신이 매우 위대한 영화 배우임을 강조해 말하고 싶다, 당신은 무척 긴 경력을 갖고 있으며 ‘하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돈의 맛’도 그렇다, 당신과 대화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고 윤여정은 “하나만 정정해도 되겠나, 긴 경력이 나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 절대 아니다(Long career dosen‘t make me great at all), 부끄럽다, 오래 전에 이 일을 시작한 건 맞지만 나는 내가 발전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 “나는 여기서 진짜 노바디(nobody)…내 마음대로 하는 환경에선 괴물 될 수 있어” 2021.2.25.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의 국내 홍보를 위해 인기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했다. 윤여정은 재재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회사에서는 미국 독립 영화인 ’미나리‘에 출연하는 것을 반대했던 사실을 밝히며 그럼에도 ’미나리‘에 출연을 하려고 결심했던 이유 알렸다. 그는 “내가 여기서 정착해서 TV에서 오는 역할 하고, 영화 하고 그러면 내 나이게 대한민국 어떤 감독도 나를 갖고 연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는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 그게 매너리즘이다, 내가 환경을 바꿔서 미국 애들에게 ’왓‘ 소리 듣고 그러면서 내가 여기서 ’노바디‘구나, 내가 연기를 잘 해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이런 걸 해야한다, 그게 도전이지 다른 게 도전이냐”고 74세의 나이에 해외진출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메릴 스트립이 싫어할텐데…” ABC ’굿모닝 아메리카‘ 2021.3.3.

윤여정은 미국의 ’아침마당‘이라 불리는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온라인에 출연하기도 했다. 진행자는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부르더라, 한국에서 보통 하던 역할과 이번 영화에서의 역할이 많이 달랐느냐”고 물었고, 윤여정은 “일단, 당신이 나를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불렀는데, 내 생각에는 메릴 스트립이 이 얘기를 무척 싫어할 것이다, 물론 이게 칭찬이라는 걸 안다”고 대답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 “고상한 체(snobbish)하는 영국인에게 받은 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2021.4.11.

윤여정은 지난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현지시간 11일 오후 7시)에 진행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할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온라인으로 시상식에 참여한 윤여정은 “에든버러 공작(필립공)의 별세에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며 시상식 직전 세상을 떠난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 대한 조의를 표하며 예의를 보였다. 이어 그는 “이번 시상식은 특별히 고맙다, 고상한체 하는(snobbish) 영국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줬기 때문이다, 매우 행복하다”고 특유의 직설적인 소감을 밝혔고, 그로 인해 객석에서 폭소가 쏟아졌다.

◇ “브래드 피트씨, 드디어 뵙게 됐군요. 우리가 영화 찍을 때는 어디 계셨나요?” 아카데미 시상식 2021.4.25.

윤여정은 지난 4월2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날 여우조연상의 시상자는 브래드 피트였는데,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의 호명을 듣고 무대로 올라간 직후 그를 보며 “브래드 피트씨를 드디어 뵙게 됐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는 어디에 계셨느냐”고 물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사인 플랜B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로 윤여정은 독립영화 ’미나리‘를 찍으며 고생한 사실을 농담조로 강조해 말한 것이었다. 이후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에게 “(다음)영화를 찍을 때 돈을 좀 더 쓰라고 했다”고 후일담을 알린 바 있다.

◇ “나는 개가 아닌데요.” 아카데미 시상식 백스테이지 2021.4.25.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는 앞서 윤여정이 브래드 피트에게 특별한 인사를 한 것을 두고, 질문이 나왔다. 한 기자가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느냐고 물은 것.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흔하게 쓸 수 있는 농담이다‘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대다수의 국내외 누리꾼들은 무례한 질문이었다고 해당 기자를 질책했다. 윤여정은 이 질문을 받고 의도를 생각하는 듯 다소 머뭇거렸지만 이내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브래드 피트는 내게도 스타다, 그가 내 이름을 호명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노련하게 태처했다.

◇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 2021.4.27. NBC와 인터뷰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나올 때 한국 사람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동경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나는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미국에 와서 일을 한 다면 제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나의 진심”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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