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았던 드라마 작가 데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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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 공모전 당선된 신인작가 2인
멘토링 등 지원받으며 ‘대박’ 꿈
방소민 “고된 하루 위로할 작품 꿈꿔”
홍은주 “관객 어깨 톡톡 쳐주고 싶어”

홍은주 작가(왼쪽)는 “‘정인이 사건’ 등을 접하고 나면 세상에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고 했다. 방소민 작가는 “위기도 하찮게 만들어 버리는 시트콤 특유의 유쾌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홍은주 작가(왼쪽)는 “‘정인이 사건’ 등을 접하고 나면 세상에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고 했다. 방소민 작가는 “위기도 하찮게 만들어 버리는 시트콤 특유의 유쾌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웹툰, 웹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문득 ‘그 많던 드라마 작가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여기 반가운 얼굴이 있다. tvN 단막극 프로젝트 ‘드라마 스테이지 2021’에 이름을 올린 10명의 신인 작가들이다. CJ EN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 ‘오펜(O’PEN)’ 공모전에서 당선된 10개 작품은 3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매주 1∼3회씩 공개되고 있다. 이 공모전은 2017년 시작해 매년 열린다. 3일 방송된 ‘민트컨디션’의 방소민 작가(36·여)와 24일 선보이는 ‘러브스포일러’의 홍은주 작가(36·여)를 서면으로 만났다.

“합격입니다.” 지난해 봄 방소민, 홍은주가 작가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집에서 양치하다 전화를 받은 방 작가는 입에 거품을 문 채 흐느꼈다. 홍 작가는 카페에서 소식을 듣곤 손님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엉엉 울었다.

드라마 작가는 ‘지망생’이 ‘신인’이 되기까지 문이 매우 좁다. 업계에 인맥이 있거나 명성이 높지 않은 이상 등단할 방법은 각 방송사 공모전뿐이다. 육아 중이던 방 작가는 2019년 공모전에만 매달렸다. 합격 전까지 3개의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당선작 없음’이라는 발표를 보면 허탈했다. 홍 작가는 2015년부터 공모전에 지원했고 보조 작가로 일했다. 홍 작가는 “단막도 ‘팔리는 스토리’를 고민하지만, 평소에 제가 궁금하고 아무도 안 써본 걸 써보려고 했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알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 등 소재에 변주를 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합격 후 두세 달 동안 수상작을 수정했다. 지난해 9월 말 정형건 감독과 첫 미팅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던 올해 1월까지 방 작가는 30분짜리 3부작으로 기획했던 대본을 1회 분량 드라마로 줄였다. 홍 작가는 드라마 ‘모범형사’를 보며 차래형 배우를 눈여겨본 뒤 캐스팅했다. 홍 작가는 “차 배우에게 반한 스태프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좋았다”고 했다.

단막극 공모전은 귀한 기회다. 또 단막극은 정규 드라마보다 분량이 적고 주요 편성 시간에 비껴 있어 색다른 실험도 할 수 있다. 현재 tvN 외 단막극은 KBS 드라마스페셜, JTBC 드라마페스타가 있다. 방 작가는 “당선된 시트콤 분야는 오펜에만 있다. 시트콤은 예능 작가 출신이 많기에 코미디 드라마 작가를 공모전으로 뽑는 건 화제였다”고 말했다. 오펜 공모전에 합격하면 1년여간 창작금 500만 원, 개인 집필실, 멘토링, 제작사와 연결해주는 지원을 받는다. 방 작가는 “단순히 작가를 ‘뽑는다’기보다 가능성 있는 지망생을 발굴해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겹게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들의 앞날은 아직 물음표다. 단막 데뷔 후에도 정규 드라마의 작가가 되기까지는 평균 3∼5년 정도가 걸리는 데다 그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를 설레게 하는 기발한 드라마들은 갖은 고난의 시기를 겪은 작가들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최악의 하루를 보낸 누군가가 제 드라마로 불쾌한 감정들을 털어냈으면 좋겠어요.”(방 작가)

“답을 주진 못해도 ‘같이 생각해 봐요’ 하며 어깨를 톡톡 쳐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홍 작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펜#공모전#당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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