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서 상류층 위선 표현
11년만에 정규독집 선보여
성서기반… 전자음향-전통구음 더해

전방위 음악가 정재일(39) 이야기다. 영화 ‘옥자’ ‘기생충’의 음악 감독인 그가 ‘기생충’에서 선보인 이른바 ‘엉터리 바로크’는 상류층의 위선과 허세의 환부를 경쾌하고 통렬하게 뒤집어 깐 청각적 핀셋이었다.
정재일이 최근 3집 ‘psalms’(시편)로 돌아왔다. 이번엔 성서에 기반한 합창곡이다. 그간 싱글이나 사운드트랙, 소리꾼과 듀오 프로젝트인 ‘한승석 & 정재일’ 등으로 활동하던 그가 무려 11년 만에 내는 정규 독집이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정재일은 “서양 고음악 스타일의 아카펠라를 처음으로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신부님의 도움을 받아 라틴어 성경에서 가사를 발췌해 쓰되 정확한 의미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 성경을 함께 봤다고 했다.
“합창 지휘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어색한 점이 없는지 계속 체크해 가며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느라 돌다리 두드리듯 작업해야 했습니다.”
라틴어 합창이 골조이지만 이따금 전자 음향, 현악 앙상블은 물론이고 우리 전통 구음(口音)까지 끼어들며 독특한 소리의 골짜기를 만들어간다. 특히나 덤덤한 라틴어 합창 위로 한 서린 국악의 구음이 펼쳐지는 순간은 원혼들의 거대한 집회 장면 같다.
“정은혜 씨(구음)의 즉흥연주들 가운데 합창과 어울리는 선율들을 잘라 콜라주(collage) 했습니다. 구음이 천둥소리처럼, 때로는 바람소리처럼 존재해 주길 바랐습니다. 기도와 기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재일은 한국 음악계의 괴팍한 준봉이다. 세 살 때 피아노를, 열 살 때 기타를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고교생 형들과 메탈 밴드를 만드는가 하면 중2 때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이적, 정원영, 한상원 등이 결성한 밴드 ‘긱스’(1999년 데뷔)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할 때가 불과 17세. 무용, 뮤지컬, 연극, 창극의 음악을 만들고 박효신의 ‘야생화’를 공동 작곡했다.
그런 정재일에게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는 봉준호 감독이다.
“영화음악에 대해 더 진중하게 생각할 기회가 됐고 (중략) 옆에서 지켜본 지휘자, 연출가로서 그의 멋진 모습들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psalms’의 출발점은 장민승 작가의 시청각 프로젝트인 ‘둥글고 둥글게’였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전후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작품. 정재일은 “삶이 생겨난 지점부터 함께 태어나는 고통과 상실을 노래하기 위해 고대 기독교 전통의 합창곡 형식을 생각했다”고 했다.
합창 녹음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한국의 작업실을 잇는 원격 방식으로 진행했다.
“음악이 좀 어두워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듣지 않으시길 추천드리고요.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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