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흥길 “곤궁하던 저에게 박경리 선생이 주신건…”

원주=박선희기자 입력 2020-10-25 13:25수정 2020-10-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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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흥길 작가.(토지문화재단 제공)© 뉴스1
“박경리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40여 년 전 낸 첫 소설집 ‘황혼의 집’이 떠올랐습니다.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한 시골 출신 신인 작가의 첫 책을 보고 먼저 다가와 괄목상대해주신 분이 바로 선생이었습니다. 생명의 가치와 존엄을 강조한 선생님의 지론이 그대로 제 문학의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흥길 씨는 24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박경리 선생과의 오랜 인연을 먼저 회상했다. 그는 “곤궁하고 고적한 처지였던 내게 매번 ‘살인하는 문학이 아니라 활인의 문학을 해야한다’ ‘흙을 만지고 생명을 다루는 생활을 해야 한다’며 따뜻한 격려와 귀중한 가르침을 주셨다”며 “오늘의 이 자리를 미리 마련하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인해 3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됐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세희)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박경리문학상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세계문학상이다. 1회 수상자인 최인훈 작가 이후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러시아), 베른하르트 슐링크(독일),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이스마일 카다레(알바니아) 작가 등이 수상했으며 윤 작가는 한국 작가로서는 두 번째로 올해의 수상자가 됐다.

윤 작가는 한국 문학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장마’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에미’와 최근작인 대하소설 ‘문신’ 등에서 분단과 산업화 시대 등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시대의 모순과 소외 문제를 치열하게 다뤄왔다. 그는 “사회와 인간은 물과 물고기 관계 같아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살 맛 나는 세상이 가능하다”며 “날로 오염되는 사회에 똥침을 가하고 신음하는 인간을 마음으로 부축해주는 일을 작가의 역할로 알고 생애의 끝자락까지 창작에 매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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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은 김승옥 심사위원이 대독한 심사평에서 “윤흥길 작가는 6.25 전쟁의 비극과 이념 대립, 산업화 과정을 통해 왜곡된 역사 현실과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그려냈다”며 “근대화 이전 전통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그대로 노출하면서도 그 밑바닥의 감정적, 근본적 유대를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박경리 선생은 한민족 역사와 인간 삶의 근원을 탐구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작가”라며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영예를 거머쥐신 윤흥길 작가께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광수 원주부시장, 정창영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장,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이상만 마로니에북스 대표,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등이 참석했다.

원주=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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