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진 않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총서의 세계’

민동용 기자 입력 2020-07-28 03:00수정 2020-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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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출판사가 말하는 총서의 매력
평전-실용서 등 비인기 시리즈… 초판 못팔거나 7쇄까지 찍기도
마니아 독자와의 소통이 큰 장점… 그저 재미있어서 출간하기도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 총서. 을유문화사 제공
출판인에게 ‘팔릴 책’과 ‘내야 할 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내야 할 책의 타깃이 대중이 아니라 소수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도 단행본이 아니라 총서(叢書)라면 어지간한 고집과 어느 정도 담대함이 필요하다. 민음사, 문학동네, 북21 같은 대형 단행본 출판사가 아닌 중소 출판사라면 고민은 깊어진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누가 찾을까’ 싶은 총서를 꾸역꾸역 내는 곳들이 있다. ‘독자는 좀 있냐고? 제법 된다.’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은 2018년 8월부터 새로 펴내는 평전(評傳) 시리즈다. 위대한 사람도 약점투성이에 상처가 많으며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2004년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를 시작으로 소개했던 국내외 예술가 26명 중 일부를 추리고 새 인물들을 추가해 구스타프 말러부터 짐 모리슨까지 10권을 냈다.

작은 국내 논픽션 시장 가운데서도 더 좁은 평전 시장인 데다 예술가의 작품에는 열광하지만 그를 다룬 책에는 ‘인색한’ 독자를 고려한다면 ‘마니아 독자를 위한 마니악(미친)한 기획’이다. 초판을 소화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편처럼 7쇄를 찍기도 했다. 정상준 주간은 “최소한 30권을 낸 뒤 전체 숲(손익)을 봐야 한다”면서 “소수의 독자를 위한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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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은 아니지만 작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저명인사 인터뷰를 다룬 마음산책의 ‘말’ 총서도 있다. 2015년 수전 손태그가 처음이었다. 시리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이 책이 8쇄가 나갔다.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음산책 제공
“책은 저작물에 국한한다는 생각은 지났다. 독자는 작가와 직접 부딪쳐서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시대가 변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마음산책 정은숙 대표)

보르헤스, 박완서, 해나 아렌트,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등 14명의 ‘말’을 펴냈다. 모두 초판을 소진했고 1만 부 넘게 팔린 것도 있다. 총서는 하나씩 덧붙여 가며 풍성해질 수 있고 한 권 판매가 저조해도 실망이 크게 되지 않으며 독자와의 소통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에는 ○○○의 말을 내달라’고 제안하는 독자도 있다. 정 대표는 “‘내가 안 사주면 누가 사줄까’ 하는 독자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사명감은 됐고요’ 하는 총서도 있다. 워크룸프레스의 ‘실용총서’는 “재미있으니까” 낸다. 그동안 ‘워크룸 문학총서 제안들’ ‘입장들’ 같은 총서를 내왔다.

현재 ‘생활 공작’ ‘헤비듀티’ ‘히트곡 제조법’ 등 3권을 낸 실용총서는 ‘과거에는 실용이었으나 오늘날 실용만으로 기능하지 않는, 과거에는 실용이 아니었으나 오늘날 실용으로 기능하는’ 자료 발굴이 목표다. ‘생활 공작’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적지에 침입한 공작원을 교육할 때 사용한 ‘단순 방해 공작 야전교범’을 번역한 것. 그 내용이 기업 등 각종 조직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들로 꽉 차 있다. 민구홍 편집자는 “과거 콘텐츠이지만 현재에 좀 더 재미있는 맥락이 드러나고, 시치미 뚝 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담았다”고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총서#출판#현대 예술의 거장#말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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