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아이돌 스타를 콘택트 하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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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낸 가수들 앞다퉈 영상통화 팬사인회 개최 붐

《김나영(가명·16) 양은 최근 그룹 ‘세븐틴’의 CD를 여러 장 샀다.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서다. 정확히는 ‘영통팬싸’다. ‘(휴대전화) 영상통화 팬 사인회’의 준말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사인회는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대, 음반 판매량을 올리는 방법으로 영상 사인회가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음반업계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열리는 영상통화 사인회만 수십 건에 달한다. 음반몰 ‘예스24’ 한 곳만 해도 4월 4건, 5월 16건, 6월 10건(24일 현재)의 영상 사인회를 열었다.》

예스24 관계자는 “영상통화 팬 사인회를 진행할 경우 판매량이 2∼3배 늘어난다. 가수별 팬덤의 성향에 따라 더 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주체는 대부분 아이돌 가수다. 최근 백현, 갓세븐, 뉴이스트, 류수정, H&D, 세븐틴, 하성운, 모모랜드 등 새 앨범을 낸 아이돌 가수들이 줄줄이 ‘영통’ 사인회를 열었다. 알라딘, 예스24, 핫트랙스 등 온라인 음반몰부터 전국 10여 개 오프라인 음반점까지 거의 모든 음반 매장이 앞다퉈 사인회를 유치한다.

사인회는 아이돌 그룹 CD 판매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여러 장을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져 일부 팬은 수백 장, 박스 단위로 구입하기도 해 가요기획사와 음반매장 입장에서는 팬 숫자 대비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된다.

‘영통’의 구조는 간단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레코드점에서 CD를 구입해 응모권을 제출하면 건당 30∼50명을 추첨해 아이돌과 짧은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하게 된다. 팬의 이름을 적은 사인 CD는 별도로 추후에 전달한다. 서울 마포구 A레코드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사인회 때만큼 매출이 나온다. B그룹의 경우 오프라인 사인회를 연 지난 앨범과 비슷한 2000장 정도가 우리 매장에서 ‘영통팬싸’ 응모를 통해 팔린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영상통화 사인회는 2월 코로나19의 국내 유행 이후 실험적으로 진행되다 4, 5월부터 본격화해 이제는 신작 판촉의 필수 코스가 돼 버렸다. 4월 한 그룹이 오프라인 사인회를 열었다가 ‘이 시국에 오프라인 모임이 웬 말이냐’며 일부 팬의 비난을 받은 후, 사인회는 곧 영상통화로 바뀌었다. 기존 오프라인 사인회는 대개 150∼200명 규모의 소극장이나 호텔 부속 홀에서 열렸다.

영상통화 사인회는 소속사 건물이나 카페에 멤버들이 모여 휴대전화를 들고 시작한다. 최근 여러 건의 사인회를 주관한 A레코드점의 관계자는 “배경 예쁜 카페를 섭외하는 게 출발점이고, 이후에는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휴대전화 확보는 사인회를 주관하는 매장의 골칫거리였다. 소속사에서는 아이돌 멤버는 물론이고 회사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노출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B레코드점 관계자는 “전화기를 두 대 이상 가진 주변 지인에게 대여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영상통화 기능을 주로 쓰는데, 사인회 전후 카톡 프로필을 ‘○○레코드’ 형식으로 일괄적으로 초기화하는 것도 꽤 고단한 업무”라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회당 100명 정도의 팬을 초대했다면 ‘영통’은 30명 선이 일반적이다. 팬 수가 줄었다고 해서 멤버 입장에서 사인회가 수월해지는 건 아니다. 한 아이돌 음반사 관계자는 “영상통화는 녹화와 캡처가 가능해 기록이 남아 돌아다닐 수 있기에 멤버들이 일분일초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옆에 앉은 멤버들과 대화하며 긴장을 풀 수 있지만 ‘영통’에서는 옆 멤버가 릴레이식으로 이미 다른 팬과 통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피로도가 더 높다”고 귀띔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영상통화 팬사인회#비대면 팬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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