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젬마의 렛츠콜라보!]70년이 허락한 ‘명화의 외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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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과 콜라보를하자고요? 그렇게 유명한 그림이면 엄청 비쌀 텐데….”“공짜예요. 무료라고요! 유명하다고 사용료가 비싸지 않아요. 예술가가 작고하고 70년이 넘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KOTRA에서 아트콜라보 사업을 시작한 2012년. 중소·중견기업들에 예술이란 비싸고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방법이 ‘명화(名畵) 콜라보’였다. ‘무료, 공짜’라는 말에 기업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입가에 미소도 보였다. 횡재한 표정이랄까. 로또 맞은 느낌이랄까. 기업인들에게 예술은 부담스러운 대상이지 싫은 존재는 아니었다.

명화의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고 깊다. 수많은 예술가가 다양한 시대와 삶의 스토리를 담아 독창적인 작품을 쏟아냈기에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찾아내 쓰면 됐다. 나는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이트를 활용하라고 추천해 왔다. 명화 이미지 코너를 선택한 후화가나 작품, 원하는 주제, 소재 등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엄청나게 많은 명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작품이 예술가의 사후 70년 규정에 맞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

적당한 명화를 찾아냈다면 작품 전체를 다 쓸 수도 있고, 일부분을 트리밍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혹은 리터치 작업을 거쳐 변형해 사용하거나 패러디할 수도 있고, 명화 속에 제품을 삽입할 수도 있다.

발레 슈즈를 연상케 하는 여성화에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 드가 작품을 콜라보해 명품으로 변신시키고, 국제무대에서 국산 생들깨 기름병에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그림을 입혀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헤어드라이어를 칸딘스키의 선율과 조화를 담은 ‘콤포지션’ 명화 안에 삽입해 아름다운 머리 스타일을 연출해낼 것 같은 효과를 주고, 몸매를 위한 운동 보조기에 비너스 그림을입히기도 한다. 전동 마사지기에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담아 진동하는 기구에서 회오리치는 하늘의 별빛이 흔들리는 이미지를 보이게 함으로써 제품의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도 있다. 제품이 지향하는 방향에 맞춰 콜라보하는 명화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명화가 품고 있는 역사성과 스토리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이미지 메이킹까지 해준다. 명화, 그 몸값은 비싸지만 활용은 공짜. 알고 보면 명화는 역사가 주는 참으로 고마운 선물이다.

한젬마 화가·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명화#빈센트 반 고흐#레오나르도 다빈치#아트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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