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한국형 알파고 ‘한돌’과의 대전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프로 바둑기사들도 깜짝 놀란 결과였다.
김만수 8단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에게 당황스러웠던 일이었다”며 “이 9단이 은퇴를 선언하기 전부터 대국을 안 했다. 한 5~6개월 대국을 안 했기 때문에 프로기사 쪽에서는 이 9단이 최소한 4:6으로 불리하다는 예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바둑기사 사이에서 한돌은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다. 김 8단은 “한국에서 제일 잘 둔다는. 또 중국에서 제일 잘 둔다는 프로기사 5명이 붙은 적이 있다. 그런데 모두 다 졌다. 그래서 한돌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돌의 바둑을 보면서 불안한 점도 있었다고. 김 8단은 “중국의 절예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제일 앞서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버전 3.0에서 오류가 똑같이 났다. 그래서 중국도 한 3개월 정도 시합을 하다가 6개월 정도를 멈췄다. 오류를 잡은 다음에 최근에 다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알파고도 이런 일이 있었다. 모든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초기 오류인데 한돌 입장에서는 그 시간을 압축하다 보니까 오류를 잡을 시간이 없었다. 한돌 관계자들도 그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 8단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유독 이 9단에게 허점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이 9단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통 한 분야의 고수들은 위험 요소를 다 파악하지 않느냐. 바둑에서도 어떤 위험한 부분들이 있으면 일부러 피한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 새벽에 안개가 끼면 속도 줄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9단은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안개를 뚫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단점이 경험 했던 것들은 100% 잘하는데,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들은 오류가 난다. 이 9단의 독특한 바둑 스타일이 인공지능의 오류를 잡는. 일종의 AI감별사가 된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이 9단은 전날 은퇴기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대결’ 3번기 첫판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이 두 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주는 치수로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한돌이 우세하다는 게 국내 바둑계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이 9단은 흑 78 이후 승기를 잡았다. 한돌이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서 단명국으로 끝났다. 이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도 ‘신의 한 수’로 불리는 백 78수 이후 승리를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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