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오류 잡는 AI감별사…가능성 있으면 안개도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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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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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8일 한돌과 대국하고 있다. 한돌의 수를 바둑판 위에 놔준 사람은 NHN엔터테인먼트 이화섭 대리로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세돌 9단이 18일 한돌과 대국하고 있다. 한돌의 수를 바둑판 위에 놔준 사람은 NHN엔터테인먼트 이화섭 대리로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세돌 9단이 한국형 알파고 ‘한돌’과의 대전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프로 바둑기사들도 깜짝 놀란 결과였다.

김만수 8단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에게 당황스러웠던 일이었다”며 “이 9단이 은퇴를 선언하기 전부터 대국을 안 했다. 한 5~6개월 대국을 안 했기 때문에 프로기사 쪽에서는 이 9단이 최소한 4:6으로 불리하다는 예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바둑기사 사이에서 한돌은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다. 김 8단은 “한국에서 제일 잘 둔다는. 또 중국에서 제일 잘 둔다는 프로기사 5명이 붙은 적이 있다. 그런데 모두 다 졌다. 그래서 한돌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돌의 바둑을 보면서 불안한 점도 있었다고. 김 8단은 “중국의 절예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제일 앞서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버전 3.0에서 오류가 똑같이 났다. 그래서 중국도 한 3개월 정도 시합을 하다가 6개월 정도를 멈췄다. 오류를 잡은 다음에 최근에 다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알파고도 이런 일이 있었다. 모든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초기 오류인데 한돌 입장에서는 그 시간을 압축하다 보니까 오류를 잡을 시간이 없었다. 한돌 관계자들도 그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 8단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유독 이 9단에게 허점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이 9단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통 한 분야의 고수들은 위험 요소를 다 파악하지 않느냐. 바둑에서도 어떤 위험한 부분들이 있으면 일부러 피한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 새벽에 안개가 끼면 속도 줄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9단은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안개를 뚫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단점이 경험 했던 것들은 100% 잘하는데,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들은 오류가 난다. 이 9단의 독특한 바둑 스타일이 인공지능의 오류를 잡는. 일종의 AI감별사가 된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이 9단은 전날 은퇴기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대결’ 3번기 첫판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이 두 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주는 치수로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한돌이 우세하다는 게 국내 바둑계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이 9단은 흑 78 이후 승기를 잡았다. 한돌이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서 단명국으로 끝났다. 이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도 ‘신의 한 수’로 불리는 백 78수 이후 승리를 낚았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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