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영수증 제도, ‘종이·전자’ 공존 가능한 대안 필요성 제기

  • 동아경제
  • 입력 2019년 12월 19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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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자 영수증 도입을 둘러싸고 사용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자 영수증이 활성화되면 연간 원목 34만여 그루 나무를 아낄 수 있고 종이 영수증보다 편리하다는 취지에서 전자 영수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자 영수증 정책 도입에 앞서 종이 영수증이 정말 환경에 해로운지, 전자 영수증을 쓰면 소비자들이 더 편리해지는지 등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종이 영수증이 환경에 해롭다는 취지에 대해 제지업계 관계자는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펄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천연림이 아니라 별도의 인공 조림지에서 생산된 나무에서 얻어진다”며 “제지회사와 펄프회사가 운영하는 조림지는 쌀을 얻기 위해 벼 농사를 짓는 것처럼 종이 원료를 얻기 위한 ‘나무 농장’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지회사 등이 운영하는 조림지 어린 묘목들은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량의 산소를 생산한다. 이로 인해 오히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종이와 종이 영수증이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킨다는 인식은 오해라는 것.

이러한 오해 외에도 종이 영수증을 전자 영수증으로 전면 대체하려는 정책은 일부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종이 영수증은 대체하기 어려운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상 사용한 비용을 법인카드 등으로 지불하고 이를 증빙하기 위해 종이 영수증을 첨부한다. 개인 생활에서도 구매 내역을 확인하거나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종이 영수증을 사용한다. 교환이나 환불 시에도 필요하다. 종이 영수증이 주차권을 대신하기도 한다.

또한 사용내역 파악 측면에서 종이 영수증이 전자 영수증도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종이 영수증에는 구매 내역이 전자 영수증보다 상세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카드 내역서는 매장 위치와 결제 금액을 알 수 있지만 무엇을 사는데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소상공인 등 개인 사업자에게도 종이 영수증이 필요하다. 경비로 사용한 금액이라도 영수증이 없으면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 하거나 가산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종이 영수증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사용 여건 구축과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전자 영수증 이용이 확대될 경우 발생 가능한 사회적 부작용도 유의해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조언한다. 특히 개인 정보 유출이 대표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전자 영수증은 일종의 빅데이터를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의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종이 영수증과 달리 전자 영수증은 해킹 등 전문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인 보안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자 영수증 발급을 위해 전용 앱을 설치하거나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등 사용 측면에서 번거로움도 있다.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구매목록 등이 포함된 전자 영수증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단순 카드 결제 기능만 갖춘 기존 캣(CAT) 단말기를 고가의 포스(POS) 단말기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결제 단말기 74.7%를 차지하는 230만대 캣 단말기를 포스 단말기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제도는 기존 불편을 덜어줄 때 의미가 있지만 현재 전자 영수증 도입은 소비자 편의와 개인 정보 노출 위험, 디지털 취약 계층 불편 등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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