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해서 우아한 목소리… ‘빌리 홀리데이’를 듣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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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들렌 페이루 내한 재즈 공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뮤직 라운지 바 ‘루빅’ 무대에 선 마들렌 페이루.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뮤직 라운지 바 ‘루빅’ 무대에 선 마들렌 페이루.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지난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독특한 스토리, 아름다운 색감과 배경 못잖게 물결처럼 너울지는 음악의 뉘앙스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수중 괴생명체(더그 존스)와 일라이자(샐리 호킨스)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 사용한 노래 ‘La Javanaise’ 역시 절묘했다. 왈츠풍의 우아한 현악 리듬을 타고 마치 빌리 홀리데이(1915∼1959)의 낡은 레코드처럼 조금 먹먹하면서 우아한 목소리. 그 음성의 주인공인 미국의 대표적인 재즈 가수 마들렌 페이루(45)를 지난달 23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내 라운지 바 ‘루빅’에서 만났다. 국내 재즈 축제를 통해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한 단독 콘서트는 이날 ‘루빅’ 무대가 처음이었다.

페이루는 자신의 노래가 영화에 쓰였다는 사실을 개봉할 때까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새 영화라고 해서 극장에 갔었죠. 델 토로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거든요.”

극 후반, 주요 장면에 자신의 ‘La Javanaise’가 흐르는 것을 듣고 페이루는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처음엔 놀랐지만 “역시 델 토로다운 너무도 멋진 장면이었기에 그저 감탄했고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세르주 갱스부르(1928∼1991)가 지어 여러 샹송 가수가 부른 이 곡을 페이루가 4집 ‘Half the Perfect World’에 재해석해 실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페이루는 13세에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의 악사들과 거리 공연을 하다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목소리 덕에 홀리데이와도 비교됐지만 샹송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해석력으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페이루는 이날 공연에서 드럼, 베이스기타, 건반, 기타의 4인조 베테랑 밴드와 함께 흠잡을 데 없는 무대를 선사했다. “물고기와 사람의 사랑 장면에 쓰인 곡”이라 너스레를 떨며 ‘La Javanaise’도 불렀다. 2시간 동안 부른 17곡 가운데는 캐나다 음유시인 레너드 코언(1934∼2016)의 곡도 두 개나 있었다. ‘Dance Me to the End of Love’와 ‘Anthem’.

‘Anthem’은 페이루가 지난해 낸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페이루는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혼란한 사회상을 보면서 든 감회를 중심으로 음반을 만들었다”고 했다.

“느낀 그대로 화내기보다는 오히려 음악에 화를 담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이 음반과 공연의 목적이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마들렌 페이루#빌리 홀리데이#la javan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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