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50년 知音’… 탁 하고 치면 척 하고 받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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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 9일 ‘동방의 빛’ 강근식-조원익과 6년만의 서울 공연 갖는 가수 이장희

13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 선 세 음악 친구. 왼쪽부터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가수 이장희, 베이시스트 조원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 선 세 음악 친구. 왼쪽부터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가수 이장희, 베이시스트 조원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결국 탁 하고 치면 척 하고 받는 음(音)의 대화였던 것 같아요. 우리 셋을 50년 동안 묶어준 비결요. 말로는 할 수 없는 아름다운 교류였지요.”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13일 만난 가수 이장희(72)가 양옆에 앉은 지음(知音) 둘의 팔을 움켜쥐며 껄껄껄 웃었다. 50년 가까이 친구 사이로 지내온 기타리스트 강근식(73), 베이시스트 조원익(72)이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너’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이름난 이장희가 다음 달 8, 9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장희가 서울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6년 만이다. 1975년 대마초 파동 후 미국에서 ‘라디오코리아’ 등 방송 사업을 하다가 2004년 귀국해 줄곧 울릉도에 정착해 살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지난해부터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종종 뭉쳐 공연을 했다. 이 공연장은 이 씨의 부지 기부와 경북도의 기획으로 만든 공간이다. 조원익은 “10년 전쯤 ‘차비는 내가 줄 테니 한 번 놀러오라’는 장희의 얘기에 울릉도에 왔다가 반해서 함께 눌러앉게 됐다”고 말했다.

이장희가 대중가수로 빛을 발한 시기는 1972년부터 딱 3년간이었다. ‘동아방송’의 DJ로 활약하는 한편으로 오리엔트프로덕션 전속 밴드인 ‘동방의 빛’ 멤버로서 강근식, 조원익과 함께 수많은 가수의 음반 녹음도 도왔다. 강근식과 조원익은 ‘동방의 빛’을 이어가며 송창식, 조동진, 김민기 등의 초기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 ‘별들의 고향’ 사운드트랙은 세 사람의 기념비적 작업이다. ‘나 그대에게…’와 ‘한 잔의 추억’, 윤시내의 ‘난 열아홉 살이에요’를 담았고 사이키델릭 록 성향의 파격적인 연주곡들도 실었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OST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우리나라 노래들이 가진 형식을 탈피해 새로운 것을 담고 싶었어요. 그 음반을 들으면 우리 20대의 꿈을 보는 것 같아요.”(이장희)

그때 셋은 가장 반짝이던 20대였다.

“당시만 해도 가요 노랫말은 ‘흘러가는 구름’ 하는 식의 시어체로 짓는 게 당연했어요. 미군 방송에서 나오는 ‘Hey! Girl!’ 하며 직설적으로 외치는 노래들을 들으며 가요에는 구어체가 왜 없을까 생각했죠.”(이장희)

20대의 혈기와 의문은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마시자, 마셔버리자!’ 하는 포효의 노래로 세상에 뿜어냈다. 이제는 어느덧 황혼을 즐기는 나이가 됐다.

“울릉도의 붉은 황혼을 바라보면 아름답고 안온하면서도 쓸쓸하지요. 20대 때 직설적인 노래를 쏟아냈듯 이제는 황혼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이장희)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장희#동방의 빛#강근식#조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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