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쇼스타코비치, 음악은 깊고 유머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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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코리안심포니와 협연하는 러 지휘자 미하일 유롭스키

70대 노장 미하일 유롭스키는 “지휘자는 나이대별로 음악의 다른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숨이 멎을 때까지 지휘하고 싶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70대 노장 미하일 유롭스키는 “지휘자는 나이대별로 음악의 다른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숨이 멎을 때까지 지휘하고 싶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람들은 쇼스타코비치가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기대에 부풀어 올랐죠. 그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노신사가 60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 미하일 유롭스키(73)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와 인연이 깊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쇼스타코비치로부터 어린 시절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고 2012년 제3회 국제 쇼스타코비치상을 수상하는 등 쇼스타코비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쇼스타코비치는 공손하지만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의 음악은 깊고 넓고 유머러스하죠. 인간적 면모와 음악의 성격이 너무 달라 ‘신이 대신 작곡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에서 지휘를 전공한 그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등을 이끌다가 1989년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북서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총감독,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등을 거쳐 현재 폴란드 신포니아 유벤투스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지는 지휘자 데이비드 블록, 아버지는 영화음악 작곡가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다. 두 아들인 블라디미르와 드미트리는 지휘자이고 딸은 피아니스트다. 특히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인 첫째 블라디미르는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적 잣대로 예술가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큰아들은 훌륭히 성장했고 형보다 여섯 살 어린 작은아들도 앞날이 밝다”고 했다.

그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8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선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Op.93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Op.37을 지휘한다. 교향곡 10번은 스탈린이 사망한 뒤 작곡한 곡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블랙홀 같아서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피날레 부분은 스탈린은 갔지만 독재는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쇼스타코비치는 옛 음악이지만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6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미하일 유롭스키#쇼스타코비치#코리안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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