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대문자에 괄호까지 서슴없이… 아이돌 노래제목 표기의 새 트렌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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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LOVE’ ‘(여자)아이들’… 표지 디자인때 강인한 시각 효과
♥등 이모티콘 활용도 늘어

여성 그룹 트와이스(TWICE)가 12일 낼 일본 첫 정규앨범 표지. 타이틀곡 제목 ‘BDZ’는 불도저의 약자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성 그룹 트와이스(TWICE)가 12일 낼 일본 첫 정규앨범 표지. 타이틀곡 제목 ‘BDZ’는 불도저의 약자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들 CD 있나요?” “음…. 여자아이들 앨범 있나요?”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음반가게에서 종종 난처해질 때가 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아이돌그룹의 CD 재고를 점원에게 문의할 때다. 최근엔 5월 데뷔한 신인 여성그룹 ‘(여자)아이들’ 때문에 해프닝을 겪었다.

괄호나 영어 대문자를 쓰는 등 아이돌의 팀명과 노래 제목이 독특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이돌 노래 제목에서는 영어 대문자를 연쇄적으로 즐겨 쓰인다. 방탄소년단의 ‘FAKE LOVE’ ‘IDOL’, 블랙핑크의 ‘DDU-DU DDU-DU’ 등 모든 문자를 대문자로 쓰는 게 대세다. 트와이스는 그룹명부터 모두 대문자(‘TWICE’)로 표기한다. ‘CHEER UP’ ‘OOH-AHH하게’ ‘KNOCK KNOCK’ 등 여러 히트곡 제목도 대문자로만 돼 있다. 트와이스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김상호 이사는 “대문자는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아이돌 시장에서 로고나 표지 디자인을 할 때 강한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도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인 단어들이 케이팝에서 고유명사화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디자인하기 좋은 형태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 ‘한(一)’이란 곡으로 인기를 모은 (여자)아이들의 영문 표기는 ‘(G)I-DLE’. 선배 그룹 여자친구(GFRIEND)를 연상시키면서도 괄호 덕에 더 특이하다. 읽을 때는 ‘아이들’이다. ‘(여자)’를 묵음으로 치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의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허재옥 팀장은 “아이들은 개인을 뜻하는 영어 ‘I’와 복수를 뜻하는 ‘들’의 합성어로서 개성 있는 여섯 멤버가 모였다는 의미”라며 “멤버 절반이 외국인인 다국적 걸그룹이어서 외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묘 편집장은 2007년 휘성의 노래 ‘사랑은 맛있다♡’ 히트를 계기로 케이팝의 기호 활용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샤이니(SHINee)처럼 케이팝에서 팀명은 이미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그 자체로 시각적 소통 기호에 가깝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이돌#노래제목#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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