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 잃고 주춤했던 육아예능, ‘다문화 코드’로 새 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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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돌’ ‘아빠본색’ 등 재도약

한물갔다는 평을 들었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혼혈 아동이 출연하며 재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박주호의 딸 나은. KBS 제공
한물갔다는 평을 들었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혼혈 아동이 출연하며 재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박주호의 딸 나은. KBS 제공
한동안 침체기였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다문화가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 예능에 출연한 다문화가정만 5팀이 넘는다.

뭣보다 서구적 외모를 지닌 혼혈 아동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끈다. 12일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한 축구선수 박주호의 딸 나은은 출연하자마자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 불리며 관심이 폭발했다. 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했던 리키김의 딸 태린은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를 닮아 화제가 됐다.

물론 외모가 인기의 전부는 아니다. 다문화가정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세인 나은은 박주호와 스위스인 엄마 안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자연스레 ‘언어 천재’가 됐다. 아빠와는 한국어로, 엄마와는 영어나 독일어로 대화한다. 할머니와 전화할 때는 스페인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했다. 박주호 부부는 “(특정 언어를) 강요하진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배우도록 내버려두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 KBS 제공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 KBS 제공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광경도 흥미롭다. ‘슈퍼맨이…’에서 샘 해밍턴은 아들 윌리엄의 백일 상에 오를 음식에 “이국적 분위기도 내고 싶다”며 치킨과 만두를 추가한다. 윌리엄은 애호박볶음, 물김치 등 한국 음식도 잘 먹는다. ‘아빠본색’에서 리키김은 미국에 살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아침에 국민체조를 한다.

의외로 ‘한국스러운’ 교육 방식도 눈에 띈다. 자유분방할 것이라고 짐작한다면 큰 오산이다. 해밍턴은 두 아들 윌리엄과 벤틀리에게 한국식 예절을 가르친다. 식당에서 식탁에 발을 올리는 아들에게 정색하고, 음식이 나오면 “감사합니다”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했던 미 육군 정보대대장 브라이언 데이비스는 세 아들과 함께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고 드라마 ‘대장금’을 봤다. 삼둥이 이름은 순신, 세종, 주몽이다.

‘슈퍼맨이…’ 관계자는 “지난해 독일에 있을 때부터 박주호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는데, 한국에 오면서 출연하게 됐다”며 “샘 해밍턴 등 다문화가정 부모들의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훈육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육아예능의 선전에는 최근 사회는 물론 대중문화가 혼혈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모델 한현민이나 가수 전소미,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버논 등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런 분위기를 TV 역시 예능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외모나 특이함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다문화가정을 희화화하는 데만 그칠 위험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간 여러 예능이 외국인이나 혼혈인을 그런 시각으로 대하다 ‘반짝 화제’로 끝난 경우가 많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떤 가정이든 결국 육아 예능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시청자와 ‘공감대’를 쌓는 것”이라며 “새로움에 치중해 ‘신선함’만 강조하기보단 다문화가정을 다각적인 면으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육아 예능 프로그램#다문화가정#슈돌#아빠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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