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핵심 가치로 정리한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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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정신/러셀 커크 지음·이재학 옮김/856쪽·3만6000원·지식노마드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라는 말은 오랫동안 낙후된 사람이거나 심지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라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여겨졌다.”

1953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 실린 이 책에 대한 서평의 일부다. 보수에 대한 관점이 현재 한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놀랍다. ‘보수의 정신’을 논한다는 이 책이 새삼스레 눈에 띄는 이유다.

이 책이 출간된 1950년대 미국은 자유주의가 지배적 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자유주의가 초래할 결함을 간파했던 보수주의 사상사를 정리하고 보수의 핵심 가치를 정립한 이 책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저자는 보수주의가 존경받을 만한 미국의 핵심 전통임을 내세우며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영미 역사, 정치학사를 살핀다. 개혁의 위험성을 간파한 버크에서부터 ‘평범함’이란 악을 낳는 민주주의의 모순을 다룬 토크빌, 규범적 자유를 옹호한 존 애덤스 등의 사상을 두루 다룬다. 보수의 핵심 가치로는 ‘초월적 질서에 대한 믿음’ ‘자유와 재산은 밀접히 연관됐다는 신념’ ‘신중한 개혁 선호’ 등을 제시한다.

출간 당시 저자는 ‘타임’ 같은 유명 매체에서 조명받았지만 자유주의 전통이 강했던 지성계로부터는 축출됐다고 한다. 60년이 더 지나서야 번역된 까닭을 짐작게 한다. 진정한 보수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보수의 정신#러셀 커크#이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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