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할아버지의 기록, 한국에 바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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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뉴턴 대령, 필름 230장 기증


6·25전쟁 기간 잠시 일손을 놓고 카메라 앞에 모인 마을 노인과 아이들의 모습. 뉴턴 대령의 할아버지인 토머스 허턴 씨가 6·25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출처 미 육군 홈페이지
6·25전쟁 기간 잠시 일손을 놓고 카메라 앞에 모인 마을 노인과 아이들의 모습. 뉴턴 대령의 할아버지인 토머스 허턴 씨가 6·25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출처 미 육군 홈페이지

6·25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토머스 허턴 씨(왼쪽)와 손자인 브랜던 뉴턴 대령.
6·25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토머스 허턴 씨(왼쪽)와 손자인 브랜던 뉴턴 대령.
주한미군 장교가 6·25전쟁에 참전한 자신의 할아버지가 촬영한 컬러 필름(슬라이드) 230여 장을 우리 군에 기증했다. 당시 전쟁의 참상과 한국민의 고단했던 삶, 아름다운 자연 풍광 등이 생생히 담긴 희귀 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컬러 슬라이드 기증자는 브랜던 뉴턴 미 육군 대령이다. 뉴턴 대령은 현재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 시설을 관리하는 미8군의 제1지역 시설사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인 토머스 허턴 씨(1988년 작고)는 1910년 미 오클라호마 출신으로 1934년 미 육군에 입대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여러 전장을 거쳐 6·25전쟁에도 참전했다.

그는 참전 기간 군수차량 정비중대의 행정보급관(상사)으로 근무하면서 보고 겪은 장면을 35mm 카메라로 촬영한 뒤 230여 장의 컬러 슬라이드로 만들었다. 가로세로 약 5cm 크기의 슬라이드에는 ‘대전으로부터 25마일’, ‘서울의 거리’, ‘파괴된 소련제 전차’, ‘한국의 학생들’ 등의 제목을 달았다. 허턴 씨가 숨을 거둔 뒤 컬러 슬라이드는 종이상자에 담겨 미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아들 가족이 보관해왔다. 개인의 유품으로 묻힐 뻔했던 컬러 슬라이드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허턴 씨의 손자인 뉴턴 대령의 역할이 컸다.

뉴턴 대령이 2016년부터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할아버지가 남긴 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 그는 지난해 휴가 때 텍사스주 고향에 가서 컬러 슬라이드 수십 장을 스캐닝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긍지와 보람의 징표로 삼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여름 뉴턴 대령은 사석에서 가까운 한국군 동료들에게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며 할아버지를 추억했다. 이를 본 한국군들은 역사적 가치가 큰 자료라면서 기증을 제안했고, 뉴턴 대령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유품이 한국군과 역사학자들이 6·25전쟁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후 뉴턴 대령은 고향집에서 컬러 슬라이드를 모두 가져와 지난해 12월 말 한국 육군에 제공했다. 육군은 기증받은 슬라이드를 허턴 씨의 개인 연대기와 함께 6·25전쟁의 전사(戰史) 앨범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이달 말 뉴턴 대령을 초청해 공식 기증식을 개최하고 완성된 앨범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관련 전시회와 사진전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주한미군 장교#6·25전쟁#브랜던 뉴턴 미 육군 대령#토머스 허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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