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 “아내가 쓰레기라 평가… 악역 너무 잘했나 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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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턴’서 연기 변신 봉태규
친구 살해하고 장례식장서 오열… 누가 봐도 이상한데 그게 통해
새로운 캐릭터 도전할 용기 생겨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리턴’에서 소름끼치면서도 코믹한 악역 ‘김학범’을 연기해 화제를 모은 배우 봉태규. iMe KOREA 제공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리턴’에서 소름끼치면서도 코믹한 악역 ‘김학범’을 연기해 화제를 모은 배우 봉태규. iMe KOREA 제공

SBS 드라마 ‘리턴’에 출연했던 봉태규(37)는 요즘 작품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핫’하다. 11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연기한 사학재벌가 아들 김학범의 파장 덕분이다. 22일 마지막 회에서 김학범이 죽음을 맞는 장면에선 “나 자신도 울컥했다”는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봉태규가 꼽은 김학범 연기의 키워드는 ‘의외성’이다. “처음엔 악행을 저지를 때 반응이 올 줄 알았습니다. 초반에 시신을 유기하고 친구를 절벽에서 밀어 버리거든요. 예상치 못하게 터진 건 다음 회였죠. 자기가 죽인 친구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장면에 난리가 났어요.”

사실 대본에는 ‘학범이 오열하고 부축해 실려 나간다’란 지문이 전부였다. 선뜻 와 닿지 않던 봉태규는 연출자인 주동민 PD에게 “악어의 눈물을 흘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주 PD는 “진짜 슬퍼해서 누가 봐도 이상한 장면이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봉태규는 “처음엔 왜 이 장면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나중에야 김학범이 기존 악역의 패턴을 깼기 때문이 아닐까 깨달았습니다.”

이런 희대의 악역 탄생엔 수시로 캐릭터를 토론했던 현장 분위기가 한몫했다. 봉태규는 “김학범은 원래 직업이 백수였다. 하지만 ‘사학재벌 아들이면 교수는 할 수 있을 것’이란 현장 의견에 영국 유학파 교수로 바뀌었다”면서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 짧은 단어지만 영국식 발음을 살리려고 엄청 애썼다”며 웃었다.


국정농단 당사자와 미투 가해자를 꼬집은 김학범의 대사도 두고두고 화제였다. “야, 우리. 그렇게 나쁘게 살지 않았어. 지금 TV에 나오는 영감들 먹물들처럼 우리가 여자애들한테 양아치 짓을 했냐? 아니면 그 아줌마처럼 대통령 앞세워서 나랏돈 해먹고 우리가 그랬냐? 야! 지금 나가 봐도 나쁜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봉태규는 “황당한 악역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넣었다”고 설명했다.

섬뜩한 연기를 너무 잘 소화했나. 그의 아내는 “쓰레기!”라고 평하기도 했단다. “심지어 장모님은 아내에게 은밀하게 전화까지 하셨어요. 처음엔 봉 서방이 연기를 잘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더니 ‘혹시 내면에 그런 성격이 들어 있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거예요, 하하.”

많은 배우가 강한 역할을 한 뒤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봉태규는 “오히려 김학범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줬다”고 단언했다. “악역 덕분에 2주도 채 안 걸려 기존에 제가 가진 이미지를 깰 수 있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셈입니다. 이젠 좋은 작품이다 싶으면 절대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드라마 리턴#배우 봉태규#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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