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굴비 정병순 대표가 들고 있는 왼쪽 굴비가 100만 원의 조기 보리굴비. 오른쪽은 10만 원짜리 부세 보리굴비인데 씨알이 더 크고 살집이 많아 먹음직스럽다. 공주굴비 제공
서해안에서 나는 어종인 조기는 어획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매우 비싸다. 또 씨알이 큰 것은 아주 드물다. 이 때문에 이를 천일염으로 간해 바람을 쳐 수분을 조금 빼 파는 조기 굴비는 값이 껑충 올랐다. 굴비 집산지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25년째 굴비 도·소매를 하는 공주굴비의 정병순 씨(64·여)는 “자료를 찾아 비교해 보니 2009년 3만 원에 팔던 상품을 지금은 최소한 12만 원은 받아야 할 만큼 굴비 값이 뛰었다”고 말했다. 자연히 조기 굴비가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요즘 굴비 본고장인 영광군 법성포에 가면 가게마다 안팎에 몸집이 매우 크고 통통한 굴비들을 많이 걸어 놓고 있다. 조기 굴비가 아니라 부세 보리굴비다. 부세는 조기와 같은 민어과로 주둥이 끝이 약간 둥글고 몸이 통통할 뿐 조기와 매우 비슷하다. 선어(鮮魚) 상태일 때나 조금 말렸을 때는 맛이 조기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2∼3개월 바람에 말리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이 늘어나고 응축해 조기보다 더 맛있다. 살집도 좋아 먹을 것도 많다.
조기 굴비가 밀려나면서 생긴 빈자리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부세 보리굴비가 채워 가고 있다. 보리굴비는 냉장·냉동시설이 없던 시절에 조기를 겉보리 속에 보관한 데서 유래한다. 조기를 오래 말린 보리굴비는 요즘 웬만한 크기 상품도 100만 원 이상 줘야 살 수 있다.
정 씨는 “보리굴비는커녕 일반 굴비조차 조기 가공품은 값이 매우 비싸 손님들이 찾지 않고 씨알이 굵으면서 값이 저렴한 부세 보리굴비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일식 또 한정식 식당에서 1인분에 2만∼3만 원에 파는 보리굴비정식은 27∼30cm짜리가 상에 오르는데 모두 부세 보리굴비다. 부세 보리굴비는 쌀뜨물에 40분가량 담가 불려 내장을 제거한 다음 쪄 먹는다. 찐 것에 참기름을 발라 오븐 등으로 구우면 고소하다. 공주굴비는 길이 31∼32cm의 것 10마리를 엮은 특품을 12만 원(이하 택배요금 포함)에 팔고 있다. 상품(길이 29∼30cm)은 10만 원, 중품(길이 26∼28cm)은 8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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