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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Q매거진]“스니커즈 신은 여성도, 하이힐 신은 여성도 사랑… 나는 극단적”

입력 2017-12-14 03:00업데이트 2020-11-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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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인터뷰


2018 봄여름 컬렉션을 마치고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포즈를 취한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그는 “다양한 여성들이 나의 컬렉션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고 말했다. 루이 비통 제공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는 1971년 프랑스 북부 작은 도시 코민에서 태어났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12세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다고 했다. 어머니 잡지 속 하이패션 디자인 스케치를 따라하면서. 15세에는 여름방학 동안 ‘아그네스 B’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스무 살이던 1991년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장폴 고티에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패션계에 뛰어들었다.

1997년 25세에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미래적, 구조적 디자인에 스포티즘이 가미된 그의 스타일은 세계 여성들의 옷 입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1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선정한 ‘세계 디자이너(International Designer)’로 꼽혔고, 2006년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리스트에 포함됐다. 2007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을 받았다.

그만의 미래적, 구조적인 디자인은 2013년 루이 비통에 합류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제스키에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루이 비통은 풍요로운 문화유산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아카이브를 지니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카이브를 통해 하우스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우스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역사는 새로운 발견과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나의 역할을 꾸준히 진화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루브르박물관 지하의 중세 유적과 18세기 귀족 코트
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21세기 스니커즈 등 각기 다른 시대적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는 여정의 연속이다. 예복의 풍성한 브로케이드 장식과 아름다운 자수가 돋보이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캐주얼한 오늘날의 스타일과 융합해 세련되게 표현하고자 했다. 당대 복식의 섬세함을 그대로 살린 스타일링은 시공간을 넘나들고 시대를 아우른다.”
2018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빅 백.


―이번 컬렉션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코스튬 인스티튜트를 방문했다. 그들은 18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아름다운 의상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곳에서 본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스포츠웨어와 스니커즈와 매치하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새로운 룩이 탄생했다.

영화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다시 봤다. 판타지와도 같았다.”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은 핸드백 쁘띠말.

―이번 컬렉션에서 스니커즈가 눈에 띈다.


“런웨이에서 스니커즈를 신는 게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새로운 점은 스니커즈를 매우 화려한 의상과 매치한 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스니커즈는 편안하기 때문에 걷는 방식과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니커즈를 신은 여성도 사랑하고,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사랑한다. 나는 극단적이다.”

―사이즈가 아주 큰 백들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잇백’이라고 봐도 될까.

“주말용 잇백이라고 해두자. 주말여행을 갈 때 쓸 만한 가방 말이다. (가방의) 크기를 가지고 변주를 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은 사이즈로 존재하는 똑같은 디자인의 백들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무언가로부터 마치 달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녀가 일종의 ‘캐리어(carrier)’를 갖고 있는 것이 아주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루이 비통 트렁크 디테일을 적용한 스마트폰 케이스 아이 트렁크.

―이번 컬렉션에서 루이 비통 하우스 역사상 처음으로 런웨이 오프닝을 흑인 모델이 맡아 화제가 됐다.
광고 캠페인에는 한국인 모델도 기용했다.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가.

“나는 모델이 나의 디자인을 자신의 느낌대로 재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내가 컬렉션과 캠페인에 등장할 모델을 선정할 때 기대하는 것이다. 나는 창작에 있어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여성들이 나의 컬렉션을 대변하는 걸 보는 게 즐겁다. 다양성은 성별에도 적용된다. 2016년 봄여름 캠페인에 제이든 스미스와 같은 남성 인물이 등장한 것이 그 일례다.”


―발렌시아가를 떠나고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 루이 비통에 합류했고, 벌써 ‘시리즈 8’을 선보였다. 8시즌 동안 루이 비통 패션을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보는가.

“나의 디자인에서 1960, 70, 80년대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래적인 요소와 동떨어지지는 않는다.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은 SF와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서는 파리의 도심 한가운데 보존된 중세 유적지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를 재창조해내고자 했다. 나는 늘 새로운 분야에 매력을 느낀다.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 힘들다. 디자인은 언제나 호기심과 유혹 사이의 다이내믹이다. 지난 8시즌 동안 나는 내가 추구하는 미학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이 빚어낸 방향으로 보다 진화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더 멀리 보고자 했다.”


루이 비통 앰배서더인 배우 배두나와 포즈를 취한 니콜라 제스키에르.

―전통을 계승하며 새롭게 창조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솔직히 말해 때로 도전은 혼란스럽고, 나 또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실패할 수 있는 조합이라 깨달으면 흥미로움과 새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루이 비통 장인들의 오랜 노하우가 제품 개발에 있어서 활기를 불어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늘 혁신을 추구하는 게 루이 비통의 가장 큰 역량이라고 느낀다. 3년 전 프띠말(Petite Malle·미니 트렁크)을 디자인했다. 루이 비통의 상징과도 같은 (여행용) 트렁크가 핸드백으로 탄생했다. 트렁크는 하우스에서 신성시되는 오브제다. 이처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이템에 모던함을 불어넣고자 했다. 현 세대에 맞춘 새로운 용도, 새로운 삶을 이 가방에 주고자 했다. 아이폰 케이스로 디자인해 큰 성공을 거둔 ‘아이 트렁크(Eye-Trunk)’도 누구도 생각지 못한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쁘띠말과 마찬가지로 아이 트렁크에도 루이 비통의 트렁크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섬세한 디테일과 마감을 고스란히 재연해냈다. 무엇보다도 트렁크의 새로운 용도를 진화하는 패션계와 고객에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루이 비통의 새로운 스니커즈 ‘LV 아치라이트’.

―당신의 디자인에서 스포티즘과 퓨처리즘이 중요한 요소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잘 재단된 (과거의) 유산이 오늘날에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지 늘 질문을 던져 왔다. 현대적인 루이 뷔통 여성은 세상과 도시를 늘 탐험하고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시적인 요소를 옷에 담는다. 이것이 요즘 여성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고 이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에 늘 흥미를 느껴왔다. 그 결과 내 컬렉션에는 늘 스포츠웨어 클래식과 미래적인 요소가 자리 잡게 됐다.”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온 적은 없나. 창조의 과정은 언제나 즐겁나.

“사실 이벤트가 늘어날수록 각각의 뛰어난 정도는 줄어든다. 상업적인 피스와 흥미로운 피스가 어우러진 멋진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6개월마다 컬렉션을 만들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두세 달밖에 시간이 없다. 여러 컬렉션 작업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정규시즌 중간에 있는 크루즈 컬렉션 작업 시간이 6주 정도 밖에 없을 때도 있었다. 정말 사람들이 3개월 만에 그 많은 옷과 정보를 소화할 수 있을까? 좀더 캐주얼한 시장이나 즉각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시장에서라면 상관없겠지만 럭셔리는 고안해 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생산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기다림이 럭셔리라고 생각한다.”

2018 봄여름 루이 비통 컬렉션.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받는가.


“나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가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별로일 때가 있다. 시간을 갖고 보고, 또 보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매일 배운다. 한 가지 지시만 전달했을 뿐인데 멋진 아이디어와 장인정신을 갖춘 사람들을 만나면서. 루이 비통과 함께 한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느낄 때 행복하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는데.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디자인은 내가 사랑하는 일이다. 저녁에 집에 가서 오늘 한 일을 떠올리는 게 행복하다. 디자인 작업이 새로웠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25세에 발렌시아가를 이끄는 등 디자이너로서 승승장구했는데. ‘천재 디자이너’는 몇 %의 재능과 몇 %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보는가.


“나는 계승자였다. 발렌시아가를 이끌며 25세에 최선을 다했다. 그 부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발렌시아가를 다시 빛나는 자리에 올려놓는 역할에 진심을 다했다. 퍼센티지를 따져볼 수는 없겠지만 나는 젊은 마음이 위대한 패션하우스를 이끌고 트러블메이커가 때로는 고전주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배우 배두나는 루이 비통 뮤즈 중 하나다. 그녀가 특별한 이유는….

“나는 두나의 작업을 존경한다. 그녀는 현대의 전사이고 강하고 단호하며 용기 있는 여성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고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시장은 루이비통과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나는 한국과 그 문화에 늘 감탄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사랑에도 감사하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이런 열정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

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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