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부자’의 마지막 콩쿠르, 음악 인생을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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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누구나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좋은 공연장에 서고 싶다고 할 거예요. 하지만 그보다 덜 유명한 오케스트라, 덜 좋은 공연장에서 연주하더라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누구나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좋은 공연장에 서고 싶다고 할 거예요. 하지만 그보다 덜 유명한 오케스트라, 덜 좋은 공연장에서 연주하더라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약간 통통했던 얼굴 살이 몰라보게 빠졌다.

“정신이 없어요.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느라 살이 좀 빠진 것 같아요.”

20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을 만났다. 그는 6월 북미 최고 권위의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2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벤저민 베일먼과 협연한다.

“최근 한 달 동안 영국 글래스고, 에든버러, 미국 샌디에이고, 시카고, 포틀랜드, 뉴욕 등 15곳에서 연주했어요. 올해만 거의 90회 가까이 연주회를 한 것 같아요.”

그는 16세 때부터 1년에 2∼4번씩 국제콩쿠르에 출전해왔다. 8개 대회에서 우승해 ‘콩쿠르 부자’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그의 음악 인생을 바꿔놓았다. “확실히 연주 횟수가 많이 늘었어요. 2019년까지 일정이 잡혀 있죠.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에도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곳이 생겼어요.”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정에 따른 고충도 있다. “외로움도 생기고 몸이 지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조차 감사하죠. 틈틈이 비는 시간에 초중학교를 가서 클래식을 알리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그가 많은 콩쿠르에 나섰던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대학 졸업 뒤 직접 생활비를 벌고 집세를 내야 했다. 콩쿠르 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상금으로 약 5600만 원을 받았다. 그 상금을 쪼개 매달 부모님에게 드리고 있다. 상금 외에 뜻깊은 선물도 받았다. “제가 좀 게을러요. 하지만 밴 클라이번 콩쿠르 때는 게으름을 접어두고 몇 달 동안 정말 집중하며 작곡가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깊이 다가갔던 것 같아요.”

우승을 못 했더라도 모든 노력을 했기에 후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준비 과정에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제 앨범에 만족한 적이 없었어요. 누가 앨범을 달라고 해도 주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은 누가 달라고 하면 줘요. 그만큼 만족하니까요.”

지금껏 수많은 찬사를 들었던 그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무엇일까. “누군가 연주 뒤 제가 의도한 것을 딱 알아서 표현해주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리뷰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최근 미국 시카고트리뷴의 리뷰를 언급했다.

‘그의 마음은 사려 깊은 음악적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표현력으로 따뜻함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다음 달 그는 타국에서 살게 된 이방인들의 일상을 담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안 좋은 시각도 있겠지만 저를 통해 클래식을 잘 몰랐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어요. 더 큰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죠. 제가 집에서 굉장히 말도 없고 무뚝뚝한데, TV를 통해 제가 무엇을 하고 어떤 상황인지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밴 클라이번 콩쿠르#바이올리니스트 벤저민 베일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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