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인형들이 펼치는 신랄 정치풍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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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플러스 ‘캐리돌 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의 ‘캐리돌 뉴스’ 야외 촬영 현장. 맑은 날씨였지만 인형이다 보니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촬영에 엄청 애를 먹는다. 보는 맛을 살리고자 제작진은 실물 크기부터 미니 사이즈까지 다양한 인형을 제작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의 ‘캐리돌 뉴스’ 야외 촬영 현장. 맑은 날씨였지만 인형이다 보니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촬영에 엄청 애를 먹는다. 보는 맛을 살리고자 제작진은 실물 크기부터 미니 사이즈까지 다양한 인형을 제작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우, 난 태블릿PC 다룰 줄도 몰라. 응? (정유라에게 연락이 왔다고 하자) 그래? 그럼 이렇게 저렇게….”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왠지 ‘날씨도 적당한’ 오후, 하늘다리 한쪽에선 움직임이 부산했다. 촬영 중인 듯한데 땅바닥에 엎드려 뭔가를 만지작만지작. 자전거를 탄 한 행인이 슬쩍 쳐다보더니 한마디 던졌다.

“멀쩡히 생겨선 길바닥에 누워 인형 갖고 뭐 하는 거래? 근데, 저거 최순실 아니야?”

맞다. 누가 봐도 최 씨를 닮은 인형은 요즘 ‘동영상 클립’계에서 스타로 대접받는다는 ‘순시리(siri)’. 3월 시작한 SBS플러스 시사예능 ‘캐리돌 뉴스’(수요일 오후 11시)의 인기 코너인 ‘허깨비’(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야외 촬영 현장이다. 순시리는 특검 씨(박영수 특별검사)가 들고 온 태블릿PC를 한사코 손사래 치다, 딸에게 연락이 왔다는 얘기에 갑자기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한다.

아직 초반이지만 ‘캐리돌 뉴스’는 케이블방송으론 이례적으로 2회부터 시청률이 1%를 넘겼다. 프로모션 영상도 노출 수 300만 회에 이르렀다. 누리꾼들은 적나라한 풍자에 매진하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내일 생각 않고) 오늘만 사는 방송”이라며 반기고 있다.

시사예능은 요즘 국내 방송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다. 채널A ‘외부자들’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캐리돌 뉴스’는 독특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제목(캐리커처+인형·doll)처럼 누군가를 꼭 닮은 인형들이 출연해 최신 정치 이슈를 ‘안주 삼아’ 신나게 비꼰다.

인형 풍자극은 국내에선 첫 시도지만, 해외에선 유명한 바이블이 존재한다. 유럽 최대 케이블 방송사인 프랑스 카날플뤼스의 ‘레 기뇰 드 랭포(les guignols de l‘info·꼭두각시 뉴스)’다. 1998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인형들이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최신 정치 뉴스를 전달한다. 옥근태 CP는 “캐리돌 뉴스를 3년 전부터 구상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했다”며 “유럽과 다른 우리 정서를 어떻게 담아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고민이 가장 크게 담긴 대목이 인형이다. 실리콘으로 만든 프랑스 인형은 세련됐지만 왠지 정감이 가질 않았다. 캐리커처 시사만평으로 유명한 양한모 씨와 몇 달 동안 다양한 소재로 테스트한 뒤, 우리의 한지와 닥종이로 만드는 게 가장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준호 PD는 “살짝 투박한 질감이 화면에선 입체감 있고 생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호평을 받고 있지만 걱정거리는 많다. 민감한 이슈를 다루니 사실관계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변수가 많은 정치판인지라 갑작스러운 추가 촬영도 부지기수. 현재의 정치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염성호 제작본부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의 다양한 시선을 담을 수 있는 풍자 쇼가 되도록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캐리돌 뉴스#정치풍자#닥종이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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