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힐링” “발레는 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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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한상이-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한웅수 부녀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왼쪽)와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 이들은 같이 사진을 찍은 것이 10년은 훨씬 지난 일 같다며 웃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왼쪽)와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 이들은 같이 사진을 찍은 것이 10년은 훨씬 지난 일 같다며 웃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딸의 불합격을 바란 아버지도 있어요.(웃음)”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발레를 배운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32)가 들려준 얘기다. 그는 발레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예원학교에 지원했다. “나중에 커서 큰아버지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아버지는 제가 예원학교에 진학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하더군요.”

한상이의 아버지는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60)이다. “몸을 쓰는 직업의 고충을 잘 알죠. 예체능 분야는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전혀 반갑지 않더군요.”

이들 부녀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이 부녀지간이라는 것은 무용계와 축구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뛰어난 외모와 안정된 비율(167cm)을 갖춘 한상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2004년 한국인 최초로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원으로 발탁됐다. 이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0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1982년 대한생명의 대한축구협회 파견 직원으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한 사무총장은 1983년 럭키 금성의 창단 멤버로 입사한 뒤 운영과장, 사무국장, 단장 등을 거쳐 2012년에는 FC서울의 최고운영책임자까지 맡았다.

축구에 정통한 아버지를 둔 덕분에 한상이는 축구 마니아가 됐다. 축구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밝아지며 축구 선수 이름을 줄줄이 댔다. “친구들과 축구 이야기를 하면 많이 안다고 다들 놀라요. 좋아하는 팀은 당연히 FC서울이죠.”

한 사무총장도 아무리 바빠도 딸의 공연은 빼먹지 않을 정도로 발레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인터뷰 중 발레 등 예술 정책과 문화에 대해 10분 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상이가 발레 하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지금은 딸이 발레계에서 인정을 받아 기쁘죠. 중고교 때 발레를 함께한 친구들 중 상이만 지금까지 발레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한상이는 발레 ‘심청’을 통해 주역으로 데뷔했다. 아버지 심봉사를 생각하는 효녀 심청처럼 그도 연기 내내 아버지를 떠올리며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심청 역을 하면서 발레 하는 딸을 아버지가 뿌듯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제게는 지난해 ‘심청’ 공연이 아버지를 위한 공연이었죠.”(한상이)

“너밖에 보이지 않더라. 하하.”(한 사무총장)

이제는 딸을 지켜보며 발레 시키길 잘했다고 말하는 아버지와 결혼하면 아이에게 축구나 발레를 시켜보고 싶다는 딸. 이들의 최근 대화 주제는 결혼이다.

“아버지가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하느냐고 계속 물어봐요. 전 스포츠인도 좋은데 아버지가 몸을 사용하는 커플을 꺼리는지 소개를 안 시켜 주네요.”(한상이)

“주위에 좋은 사람 없나요?”(한 사무총장)

부녀가 생각하는 축구와 발레는 무엇일까.

“축구는 제게 힐링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축구를 보면 다 풀리죠.”(한상이)

“발레는 ‘가족’과 같은 의미죠. 핏줄처럼 이제는 뗄 수 없죠.”(한 사무총장)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리나 한상이#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한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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