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영화만 맡다 보니 이젠 영화에 피가 안 나오면 이상하더라고요. 사실 전 디즈니 만화, 뮤지컬 영화도 좋아하는데 말이죠.”
영화 ‘4등’ ‘돌연변이’의 정현수 음악감독(35)은 지금껏 무채색 아니면 핏빛과 친했다. 누아르나 사회파 영화를 주로 맡아서다. 2009년 ‘백야행’ 작곡 팀원으로 데뷔해 ‘부당거래’ ‘의뢰인’ ‘베를린’ ‘신세계’ ‘변호인’ ‘소수의견’ 그리고 메인 감독 입봉작인 ‘돌연변이’까지. 특히 ‘변호인’의 엔딩 테마, ‘신세계’의 메인 테마가 모두 그의 솜씨다.
정 감독이 며칠 전 첫 작품집을 냈다. 이번엔 분홍빛이 돈다. “6년 전, 지금의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만든 곡이 앨범 제목이자 타이틀곡인 ‘The Color of Love’입니다. 음원 파일, 악보와 함께 ‘결혼해 달라’는 손 편지를 건넸었죠.”
앨범에는 ‘백야행’ ‘돌연변이’ ‘변호인’ ‘신세계’ 삽입곡에 그의 미발표곡 5개를 더해 9개의 연주곡이 담겼다. 영화에 쓰인 곡들은 정 감독의 주관을 더해 다시 편곡, 녹음됐다. 어떤 영화에도 실린 적 없는 5곡 역시 박진감, 웅장함, 선율의 선명함 덕에 영화 주제곡 같다. 금관악기, 타악기까지 가세해 휘몰아치는 ‘폭풍 속으로’가 특히 그렇다. 그는 “명색이 예술가인데 제 이름으로 된 작품집이 없어 욕심이 났다. 마침 아내가 선물로 제작비를 투자해 줬다”고 귀띔했다.
영화음악 제작 때 유별난 에피소드는 없을까. “‘후궁’ 제작 때 야한 장면이 많았는데 집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아들, 뭐 하니’ 하며 들어오실 때마다 놀랐죠.” 작업용 모니터 앞에서 때론 관객도 된다. “예를 들어 ‘부당거래’ ‘변호인’은 음악을 안 입힌 상태에서도 대단했어요. 류승범 송강호 씨의 연기, ‘국가는 국민이다’ 하는 대사를 보며 소리 내 웃고 울었죠.”
자격증도 공채도 없는 직업인 영화음악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는 게 좋고요. 맘에 드는 영화음악을 발견했을 때 음악 제작사를 알아내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게 좋습니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차기작은 고민 중이라는 정 감독은 “앞으로는 SF, 판타지, 애니메이션 음악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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