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디지털 모드로 돌아온 아날로그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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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재 청춘 액션물 ‘조작된 도시’ 선보인 박광현 감독

박광현 감독은 “오랜만의 개봉이라 초조한 건 사실”이라면서 “오랜만에 왔지만 영화는 안 늙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웃었다. 새 영화 ‘조작된 도시’는 배우 지창욱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광현 감독은 “오랜만의 개봉이라 초조한 건 사실”이라면서 “오랜만에 왔지만 영화는 안 늙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웃었다. 새 영화 ‘조작된 도시’는 배우 지창욱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2년 만에 돌아오니 다들 ‘도대체 뭐하고 지냈느냐’고 묻네요. ‘옛날 감독’으로 잊혀질 뻔했는데, 돌아오길 잘했죠(웃음).”

‘웰컴 투 동막골’(2005년)의 박광현 감독(48)이 정말 오랜만에 새 영화로 돌아왔다. 9일 개봉한 ‘조작된 도시’는 게임 속에선 완벽한 리더이지만 현실에서는 청년 백수인 주인공이 억울하게 살인자로 조작된 뒤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 실체를 풀어낸다는 내용이다.

박 감독은 ‘웰컴 투…’에선 6·25전쟁을 배경으로 아군 적군 없이 하나 되는 따뜻한 마을을 그려내 전 세대의 공감을 사며 64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런 그가 ‘게임’을 소재로 한 젊은 감각의 범죄액션 영화로 돌아온 건 다소 의외였다. 영화는 가상의 액션 게임을 도심 한복판 대규모 전투 장면으로 옮겨놓으며 신선하게 시작한다.

“동막골과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가 아니면 돌아오기 싫었어요. 관객들한테 어둠 속에서 몰래 초 켜고 등장하는 식의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달까요. 비슷한 것 계속 만드는 사람들 보면 ‘안 지겨운가’ 싶어요. ‘조작된…’에서는 액션에 사용되는 도구만 해도 컴퓨터 부품으로 만든 드론, 종이 화살, 파워 엔진을 장착한 경차까지 어느 하나 뻔한 게 없어요.”

다들 “왜 이렇게 오래 쉬었냐”고 하지만 한순간도 쉰 적이 없다는 게 박 감독 말이다. 박 감독이 ‘웰컴 투…’ 차기작으로 택했던 영화 ‘권법’은 오랜 시간 공들였지만 200억 원대 제작비와 기술 문제로 제작이 보류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전 사실 한시도 쉰 적이 없어요. CF 감독이기도 하니 광고도 만들며 지냈죠. 그마저도 안 할 땐 시나리오에 어떤 공간을 허물었다 세웠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서 넣었다 뺐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권법’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언젠가는 꼭 할 겁니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CF 감독 출신답게 시각적 표현이 돋보이는 연출을 선보였다. ‘웰컴 투…’에서 남북 군사들 앞에 팝콘이 눈처럼 내리는 장면이 있었다면, ‘조작된 도시’에는 어둠 속 쌀알을 던지는 액션신과 드론까지 동원해 생동감 넘치게 완성한 대규모 자동차 추격 신이 있다.

“영화를 상징이 가득한 시(詩)처럼 만드는 게 좋아요. 주인공이 어둠 속에서 쌀 떨어지는 소리로 적들의 위치를 감지하며 싸우는 장면은 좀 난해한 표현일 수 있지만 새롭잖아요? 자동차 추격전도 뻔한 느낌이 아니라 ‘톰과 제리’처럼 쫓고 쫓기는 익살스러운 느낌을 주길 원했고요.”

이번 영화는 게임에 빠진 평범한 젊은이들이 기득권층에 반격한다는 메시지가 돋보인다. 박 감독은 “요즘 스크린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영화가 대부분”이라며 “이젠 젊은이들을 겨냥한 젊은 감각의 영화가 나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친 듯이 노력하고 경쟁하며 산 젊은이들이 요즘 사회에선 패배자처럼 돼 버렸어요. 비록 두 시간짜리 영화이지만 인생 선배로서 젊은 친구들이 승리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상 끝에 서 있을 때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고, 그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역시 전하고 싶고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박광현#조작된 도시#웰컴 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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