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도 차고 나섰는데 하필 상대가 ‘람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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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드라마 ‘화랑’

드라마 ‘화랑’의 세 주인공인 선우(박서준) 아로(고아라) 삼맥종(박형식·위에서부터). 장르는 사극이지만 현대극과 다름없다. 삼맥종은 고뇌하는 재벌총수 자제, 선우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정의의 사도쯤 되려나. 아로는 캔디? 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오보이프로젝트 제공
드라마 ‘화랑’의 세 주인공인 선우(박서준) 아로(고아라) 삼맥종(박형식·위에서부터). 장르는 사극이지만 현대극과 다름없다. 삼맥종은 고뇌하는 재벌총수 자제, 선우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정의의 사도쯤 되려나. 아로는 캔디? 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오보이프로젝트 제공
 3분의 1이 지났건만 여전히 미미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 아직 기회는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작한 KBS2 ‘화랑’은 방영 전부터 여러모로 관심이 컸다. 소재가 일단 삼국시대 신라의 화랑(花郞) 아닌가. 꽃처럼 아름다운 인재들, 캬. 그에 걸맞게 박서준 박형식 최민호 등 청춘스타가 대거 포진했다. 게다가 소문엔 중국 LeTV에 ‘태양의 후예’보다 후한 가격에 팔린 100% 사전 제작 작품. 흥미 끌 만한 요소는 차고 넘쳤다.

 스토리도 살짝 뻔하긴 하나 인기를 모을 맥락은 제법 갖췄다. 죽은 친구(이광수)의 신분으로 세상에 뛰어든 선우(박서준)와 그를 오라비로 알면서도 연정을 느끼는 아로(고아라). 왕후의 섭정에 고뇌하며 세상을 떠돌던 진흥왕 삼맥종(박형석). 이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화랑을 둘러싼 권문세족의 암투, 로맨스와 브로맨스가 뒤섞이고 코믹에서 정통멜로, 정치 장르까지 다 건드린다. 한국 특유의 ‘비빔밥’ 사극이 또 한번 맛깔 나게 차려졌다.

 허나 청룡언월도에 적토마까지 타고 나섰는데 상대가 하필 ‘람보’였다니. 이미 월화드라마는 한 달 앞서 시작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점령한 상태였다. 멀리서 쏴대는 M60 총탄에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하는 형국. 3일 ‘낭만…’은 시청률 25.1%(닐슨코리아)까지 찍으며 포효하고 있건만 ‘화랑’은 8.0%로 잔걸음만 총총댄다.

 그런 뜻에서 ‘화랑’에게 지난해 12월 27일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하루였다. 7%대였던 시청률이 이날 하루만 13.1%까지 치솟았다. 허나 다음 날 다시 7.5%로 내려앉으며 이 작품이 고전하는 원인은 분명해졌다. 그날은 ‘낭만…’이 연말특집으로 결방했던 것. 묘하게 이날부터 ‘화랑’은 한중 동시방영도 멈춰버렸다. 중국 측이 잘 내보냈던 작품을 갑작스레 내려버렸다. KBS 관계자는 “현지에서 별다른 통보가 없어 현재는 사태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칙적으로 계약위반은 맞으나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화랑’은 거함 ‘낭만…’의 시대가 끝나길 마냥 기다려야 하나. 그럼 축복의 그날처럼 시청률도 반등할까. 가능성은 적지 않다. 다소 강약 조절이 안 되던 드라마가 3일 6회부터 ‘화랑’이란 사관학교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는 역시 호그와트에 있어야 제맛.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땀과 눈물로 뒹구는 묘미가 조금씩 살고 있다. 게다가 초기부터 박서준 고아라 등 주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산만한 캐릭터가 조금만 가다듬어진다면 근사한 후반전을 기대해 봄 직하다.

 다만 비빔밥 사극이 아무리 대세라지만 온갖 나물을 모두 버무리는 방식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바로 앞 신에서 세상의 고통에 힘겨워하다가 곧장 낄낄대며 장난질하는 건 연기자들조차도 갈피 잡기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알바’ ‘미식축구’ 같은 요즘 말을 사극에 갖다 쓰는 개그코드는 2006년 영화 ‘음란서생’ 이후 이젠 식상한 수법이다. 사전 제작이라 전체 틀을 바꾸긴 어렵더라도, 편집에서라도 좀 더 다듬어야 반격의 가능성도 높아지리라. 아무리 화랑이라도 전열을 갖추지 않으면 오합지졸과 진배없다. ★★☆(★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kbs2 월화드라마 화랑#박서준#고아라#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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