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마시자 ‘순’순히 마시자 ‘실’려 갈 때까지 마시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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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송년회 술자리… 최근 국정사태 빗댄 건배사 인기

 《2013년 연말 청와대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진 건배사가 있다. 대통령의 이름인 ‘박근혜’다. 의미는 ‘박수 받는 대통령/근심 없는 국가/혜택 받는 국민’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3년이 흘렀지만 이 건배사는 여전히 인기다. 의미가 ‘박수칠 때 떠나라/근심 많은 국가/혜택 없는 국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전에 재치 있고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사가 많았다면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풍자적 건배사가 인기다.》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직장인 김지한 씨는 최근 송년회 모임에 참석했다 건배사 하나로 인기 스타가 됐다. 흔히 건배사로 쓰이는 ‘위하여’ 대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의미하는 ‘위하야’를 외친 것. 우리는 하야를 원한다는 의미다. 김 씨는 “어느 송년회를 가더라도 최근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 주제로 오른다. 그래서 건배사도 최근 사태를 반영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관한 내용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 때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를 빗댄 ‘답정너’ 건배사도 화제다. ‘답은/정해져 있으니/너(박근혜)는 대답만 해’라는 것. 박 대통령이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 이후 만찬에서 밝힌 ‘비행기’ 건배사도 다시 송년회에 등장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설명한 의미는 ‘비전을 갖고/행하면/기적을 이룬다’였지만, 이제는 ‘비전도 없고/행실도 나쁘고/(우리는) 기가 찬다’로 해석되고 있다.

 최 씨에 관한 건배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이름이 그대로 건배사에 등장하곤 한다. ‘최대한 마시자/순순히 마시자/실려 갈 때까지 마시자’란 뜻이다.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빗댄 ‘정유라(정 붙여 주세요/유 갓 잇?(알았죠?)/라잇나우(지금 바로))’와 최 씨 조카인 장시호 씨의 이름에서 가져온 ‘장시호(장소 불문/시간 불문/호탕하게 마시자)’도 인기 건배사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패러디한 ‘퇴근해’, 내년에는 대통령이 바뀌는 한 해를 만들자는 소망을 담은 ‘바뀐 해’, ‘의리 지키니까 이렇게 대접 받잖아’라는 최 씨의 말을 패러디한 ‘마무의리’도 20, 30대 사이에서 화제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지난해까지는 부서와 회사의 단합을 강조하는 건배사가 많았다면 올해는 사회 풍자 건배사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치 넘치는 건배사도 여전히 인기다.

 ‘119(한가지 술로/1차까지만 하고/9시 전에 집에 가자)’, ‘마당발(마주 앉은/당신의/발전을 위하여)’, ‘오징어(오래도록/징그럽게/어울리자)’, ‘무한도전(무조건 도와주고/한없이 도와주고/도와 달라기 전에 도와주고/전화가 없어도 도와주자)’, ‘모바일(모든 일이/바라는 대로/일어나라) 등도 올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송년회 때는 좀 더 밝고 희망찬 건배사가 등장하기를 기원하며 모두 건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정은·장선희 기자  

#송년회#건배사#위하야#최순실#답정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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