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수수께끼 밥 딜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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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원제 크로니클스·Chronicles)’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그의 엄청난 독서량이다. 미네소타 집을 가출해 무작정 뉴욕으로 온 그는 술집과 카페에서 포크송을 부르며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친구 집과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혔다. 페리클레스 투키디데스의 역사책, 고골 발자크 모파상 위고 디킨스의 소설, 단테 루소 마키아벨리의 작품, 그리고 푸시킨의 시는 시적인 가사를 쓰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딜런은 베트남전 반대운동과 흑인민권운동에 찬성했지만 자신을 저항시인으로 부르면 손사래를 쳤다. “나는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 아무런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팬들은 그를 시대의 양심이라고 치켜세웠으나 그는 “나는 내가 대변하게 되어 있다는 세대와 공통적인 것이 별로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그런 시대적 요구를 일축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에 대한 추종을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딜런은 연예인의 화려한 생활과 동떨어진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극성팬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여러 번 이사를 다니고 음악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가장 큰 업적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내 아이들 여섯을 잘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딜런은 미국인으로서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지만 그 이상을 사회운동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썼다고 말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고도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아 수상 거부설 등 숱한 논란을 낳았던 딜런이 2주 만에 “너무 영광스러운 상에 정말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림원의 연락을 왜 피했느냐는 영국 텔레그래프지의 질문에 “글쎄, 난 여기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늘 그렇듯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데 세상이 시끄럽게 한다는 의미겠지만 다소 오만하게 들리기도 한다. 우리 시대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싱어송라이터 딜런이 던진 삶의 수수께끼는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밥 딜런#바람만이 아는 대답#노벨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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