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암네리스의 성숙한 사랑 표현 노래 알수록 관객 두려움 커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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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의 아이비 인터뷰

 4년 만에 뮤지컬 ‘아이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아이다는 이집트의 철부지 공주 암네리스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다음 달부터 무대에 오를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역에는 아이비가 낙점됐다. 지난해 12월 오디션에 몰린 1000명이 넘는 배우 가운데 암네리스로 선택 받은 그를 25일 오후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연출가 키스 배튼에 따르면 아이비는 ‘에너지 넘치고 수준 높은 배우’다. “저만의 착각일 수 있는데, 외국인 스태프들이 저를 좋아하는 걸 느껴요.(웃음) 제가 표정이 풍부하잖아요. 외국인이니까 언어는 통하지 않잖아요. 얼굴이 말을 한다고 느꼈나 봐요.”

 그간 여러 인터뷰에서 ‘가장 하고 싶은 역할’로 암네리스를 꼽았던 아이비. 카리스마 넘치는 이집트 여왕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톤 낮췄다. “특히 마지막에 아이다와 라다메스에게 사형을 내리는 장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어요. 복받쳐 올라오지만 파라오기에 감정을 숨겨야 하는 암네리스가 불쌍했어요.”

 2005년 가수로 데뷔한 그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시원한 가창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랬던 그가 뮤지컬에 새로운 도전장을 낸 건 2010년의 일이다. 데뷔작인 ‘키스 미 케이트’의 로아레인, ‘시카고’의 록시 하트 그리고 ‘위키드’의 글린다까지. 그가 맡아온 역할은 대부분 ‘사랑스러운 푼수’였다. 하지만 ‘아이다’의 암네리스는 그동안의 배역과는 조금 다르다. 꾸미는 걸 좋아하는 철부지 공주 암네리스는 전쟁을 멈추게 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제국의 파라오로 성장한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라다메스를 소유하려 들기 보다는 그의 행복을 빌어줌으로써 한층 성숙한 사랑을 이룬다.

 암네리스에게서 ‘걸 크러시’를 느꼈다는 그는 “뮤지컬을 보고 나온 관객들에게서 ‘암네리스, 참 멋진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로 데뷔한 것까지 합하면 무대에 오른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에게 무대는 어렵다. “무대는 정말 신성해요. 연기와 노래를 알아갈수록 힘들고 어려워져요. 관객들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고요.”

 하지만 그는 이미 프로나 다름없다. 2012년 뮤지컬 ‘시카고’를 단독 캐스팅으로 두 시즌을 거뜬히 해낸 그였다.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할로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도 받았다. “뮤지컬에서 독백을 5분이 넘도록 길게 하는 작품은 없을 거예요. 첨엔 연습할 때 사람들 앞에서 길게 얘기하는 게 부끄러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근데 그걸 깨고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면서 연기에 되게 재미를 느꼈거든요. 시카고를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뮤지컬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옥주현 이야길 꺼냈다. “주현 언니도 2005년 ‘아이다’를 시작으로 지금은 뮤지컬 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됐잖아요. 그런데도 아직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걸 보면 저는 정말 멀었죠. 작품에서만큼은 가수 아이비가 아닌 뮤지컬 배우 아이비로 기억되고 싶어요.”

 내년 3월 1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44-1555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뮤지컬#아이다#아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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