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존경받는 前총리’가 던지는 마지막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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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슈미트 구십평생 내가 배운 것들/헬무트 슈미트 지음/강명순 옮김·248쪽/1만4800원·바다출판사

 ‘최순실의 시대’라는 요즘 이 책 제목과 홍보문구를 보고 문득 아득한 느낌에 빠졌다. ‘독일 국민의 존경을 받은 전 총리 고(故) 헬무트 슈미트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훈.’ 그는 총리에서 물러나고 무려 23년이 흐른 2005년, 독일 국민들의 선호도 조사에서 96%의 지지로 최고의 인물에 선정됐다. 1970년대 극심한 이데올로기 갈등을 이겨내고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의 초석을 다진 공을 인정받았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존경받는 정치인이 누굴까 한참 고민해 봤다. 답이 잘 떠오르지 않아 이 책을 먼저 넘겨 보기로 했다.

 이 책은 흔히 유명인사의 자서전류에서 볼 수 있는 나열식 자기 자랑이 아니다. 물론 저자 본인의 얘기가 등장하지만, 포인트는 정치 인생에서 도움을 얻은 위인과 예술작품, 동료 정치인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그의 핵심 정치 철학인 ‘심리적 냉철함’과 ‘의무 이행에 대한 의지’는 15세 때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때에도 품에 지녔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비롯됐다.

 재밌는 것은 아우렐리우스가 실상 노예 고문을 부활시키고 제국주의 전쟁에 몰입한 잔혹한 군주였다는 평가다. 이 지점에서 사람을 입체적으로 보는 정치 대가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그는 “누군가의 모범이 되기 위해 꼭 성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썼다.

 “공공의 복지가 최상의 법”이라는 로마 정치인 키케로의 격언도 그의 정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이해관계가 충돌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유익하다고 판단한 결정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몇몇 비선 실세들의 사적 이익에 국가 정책이 좌우된 작금의 우리 현실에서 되짚어 볼 대목이 적지 않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헬무트 슈미트 구십평생 내가 배운 것들#헬무트 슈미트#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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