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옛 도시의 풍물과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전
구영과 서양의 中 국보급 그림 등 동아시아 3국 작품 373점 선봬

18세기 중국의 서양이 그린 ‘고소번화도’. 청나라 당시 쑤저우의 실제 풍경을 그렸다. 12m 너비의 작품에 총 48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8세기 중국의 서양이 그린 ‘고소번화도’. 청나라 당시 쑤저우의 실제 풍경을 그렸다. 12m 너비의 작품에 총 48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옛 도시의 삶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림의 가장 오른쪽, 자연에 둘러싸인 교외의 한적한 일상은 어느덧 성문을 지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각종 화물을 실은 배들 사이로 부지런히 물건을 내리는 인부들의 활기찬 모습, 온갖 상품을 진열한 점포 상인들, 재밌는 연극을 서서 감상하는 군중의 모습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찌나 필치가 세밀한지 수천 명의 표정과 움직임이 모두 제각각이다. 도시의 삼라만상을 비단 두루마리 하나에 담았다면 과장일까.

 16세기 중국 화가 구영(仇英)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감상하려면 목과 허리의 통증을 각오해야 한다. 너비만 9.8m에 이를 정도로 작품의 스케일이 방대하고 볼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예부터 물산이 풍부해 부자 도시로 유명한 중국 쑤저우(蘇州)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가미해 이상적인 도시상을 그려냈다. 생동감 넘치는 상업도시의 이상향은 경세치용(經世致用)을 강조한 조선 실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 연암 박지원은 7개의 청명상하도 아류작을 보고 “구영이 그린 진본이 아니다”라고 감정할 정도로 이 그림에 푹 빠져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5일부터 개최한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에 가면 우리나라 국보급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인 구영의 청명상하도와 서양(徐揚)의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를 감상할 수 있다.

 조선 후기인 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도시문화의 맥락에서 동아시아 3국의 미술을 조명한 이번 전시에는 총 204건, 373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고소번화도는 청명상하도처럼 쑤저우를 담은 도시 풍경화로, 4800여 명의 인물과 2100여 개의 건물이 등장한다. 상상을 가미한 청명상하도와 달리 쑤저우의 실제 풍경을 담았다.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다만 이달 23일까지만 진본을 전시하고 이후에는 복제본이 전시되니 관람을 서두르는 게 좋다.

 조선 후기 도시의 생생한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과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도 선보인다. 성인 5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4000원. 다음 달 23일까지.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미술 속 도시전#김홍도#단원풍속도첩#신윤복#혜원전신첩#고소번화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