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공연에 반해 한국행, 제2의 인생 즐기는 중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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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출신 중국계 무용수 류융셴… 17일 막 내린 ‘나티보스’서 맹활약

현대무용수 류융셴은 한국의 음식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사계절의 변화에 푹 빠져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현대무용수 류융셴은 한국의 음식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사계절의 변화에 푹 빠져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7일 막을 내린 국립현대무용단과 벨기에 리에주 극장의 공동 제작 작품 ‘나티보스’에서 눈에 확 띄는 무용수가 있었다.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를 가진 이 무용수는 춤도 잘 췄지만 영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언어의 랩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누군지 궁금했다.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유창한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중국계 무용수인 류융셴(劉勇賢·31)이다.

그는 원래 말레이시아 종합예술학교에서 전통무용을 전공해 전국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무용수였다. 동남아시아 전통춤이 특기였다. 졸업 뒤 그는 카지노에서 춤을 추거나, 가수의 백댄서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세계 각지의 무용단이 모인 춤 축제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공연을 보게 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현대무용 작품이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설명하기 힘든 매력에 푹 빠져버린 거죠.”

그는 현대무용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한예종에 입학하기 위해 한국 무용단이 말레이시아에 올 때마다 정보를 얻었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8년 한예종에 입학했다. 낯선 언어와 문화에 고생은 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대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제2의 인생이 한국에서 꽃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쁜 꽃을 피우려면 폭우와 병충해를 겪는 건 당연하잖아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기본기가 잘 갖춰진 한국 무용수들과의 경쟁이 쉽지는 않다. “여유로운 말레이시아와 달리 한국은 모든 것이 빨라요. 작품이 만들어지는 속도도 비교할 수 없어요.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운 한국 무용수들은 어찌나 잘하는지 몰라요. 그들을 따라가려고 연습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어요.”

피나는 노력 덕분에 그는 국립현대무용단 등 국내 무용단 공연에 주역 무용수로 자주 오르고 있다. 2011년, 2013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금상 등 여러 콩쿠르에서 상도 탔다.

그는 무용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재능이 많다.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도 말레이시아에서 열었고, 유럽 쪽에서는 사진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본업인 무용을 한동안 한국에서 계속할 생각입니다. 언젠가 말레이시아로 돌아가 그곳에서 현대무용의 꽃을 피우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류융셴#나티보스#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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