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Topic]클레오파트라의 왕관이 한국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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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의 종횡무진 시간기행 ⑩

S대 의과대학 K교수는 이탈리아의 재야(在野) 역사학자 마르티노 박사를 만나러 로마 시내의 힐튼호텔로 향했다. 호텔이 해발 139미터 높이의 ‘몬테 마리오’라는 자그마한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어 택시를 타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돌아 올라갔다.

정상 부근에 이르자 천문대와 천문박물관이 시야에 들어온다. 천문학의 대가 갈릴레이를 낳은 이탈리아답게 수도 로마의 요지에 천문대를 설치했다. 호텔의 레스토랑 ‘라 페르골라(La pèrgola)’에 들어가 앉으니 로마시내가 눈 아래에 보인다. 바티칸 성당의 위용은 여기서 봐도 대단하다.

약속 시간이 10분 지났는데도 마르티노 박사는 오지 않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모셨던 어의(御醫) 갈레누스에 관한 자료를 준다고 해서 한국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마르티노 박사는 대학 소속 학자가 아니고 ‘로마사 연구소장’이라는 사설연구소의 수장이다. 그의 논문은 정통파 학술지에는 실리지 않는다. K교수는 대중용 역사교양잡지에 연재된 마르티노 박사의 ‘갈레누스와 검투사’라는 글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연락한 인연으로 대여섯 번 만났다.

늘 약속시간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마르티노 박사가 오늘따라 왜 늦을까? 낌새가 이상했다. 과잉 고민인가? 종업원이 따라주는 생수를 마시며 10분쯤 더 기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마르티노에게 전화를 걸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더니 마침 입구 쪽에서 감청색 정장 차림의 여성이 나타나 다가왔다.

“코레아에서 오신 K교수님?”
“예. 그렇습니다만… 마르티노 박사님은?”
“대단히 죄송합니다. 박사님을 모시고 여기로 오는 도중에 갑자기 ‘대부님’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대부님을 뵈러 가셨습니다.”
“귀하는 누구신지요? 그리고 대부님이라면 어느 분?”
“저는 박사님의 연구조교 줄리아나입니다. 대부님은 저희 ‘로마사 연구소’의 창설자인데 로마 교외에 살고 계신답니다.”
“그럼 제가 받을 자료는?”
“제가 교수님을 모시고 대부님 댁으로 오라고 합니다. 거기서 드리겠다고 하십니다.”

K교수는 뜻밖에 로마 교외 나들이를 하게 됐다. 줄리아나가 렌트한 승용차를 타고 아피아 가도를 달렸다. 1시간쯤 후 완만한 언덕 기슭에 자리 잡은 웅장한 고성(古城)으로 들어섰다. 프랑스의 샹보르 성이나 쉬농소 성보다 규모만 작을 뿐 건축미는 손색이 없는 성채(城砦)였다.

“이 성이 대부님 저택입니까?”
“예. 대부님은 2000년간 이어오는 귀족 가문의 큰 어르신입니다.”
“귀족, 평민 구분이 없어진 지가 얼마나 오래 되는데 아직….”
“공식적으로야 사라졌지만 국가 제도가 전통을 모두 없앨 수는 없지요.”

성 입구와 내부 곳곳에 기관총을 든 경비인력이 서 있었다.
“웬 경비병들이오?”
“심상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줄리아나의 안내로 접견실에 들어가니 바로크 양식의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고 플랑드르 지방에서 생산된 대형 카펫이 깔려 있었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60대 남자 집사가 갖다 준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니 마르티노 박사가 잰걸음으로 나타났다.

“먼 곳까지 오게 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을 구경하게 됐습니다. 줄리아나에게서 들었습니다만, 대부님 용태는 어떤지요?”
“심장 쇼크로 잠시 혼절하셨으나 다행히 회복되셨습니다. 대부님께서는 갈레누스 성부(聖父)님의 후손이랍니다. 코레아의 어느 교수님이 성부님에 대한 논문을 쓴다고 하니 참고 자료를 협조해주라고 지시하셨지요.”
“대부님을 뵐 수 있을지요? 감사 인사를 올려야지요.”
“여쭈어보고 오겠습니다.”

K교수는 접견실의 벽에 걸린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수태고지(受胎告知) 그림은 라파엘로 작(作)? 피에타 그림은 페루지노의 걸작? 경비병력이 우글거리는 것으로 봐 이들 작품은 불후의 예술품들이 아닐까?

마르티노 박사의 안내로 대부(代父)의 방에 들어섰다. 백발에 미라처럼 마른 몸매의 노인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상반신을 일으킨다.
“어서 오시오. 내가 이 꼴로 손님을 맞아 죄송하오.”
“알현할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갈레누스 성부님에 관한 자료를 소생에게 주신다기에 감읍(感泣)하고 있습니다.”
“공연히 주는 게 아니오. 갈레누스 성부님께서 고향 페르가몬(소아시아 지방)에서 숨을 거두실 때 ‘1900년이 지나면 머나먼 동방의 귀인이 방문하여 나이 100세 넘은 자손이 그를 접견할 것이로다!’라고 예언한 바 있소. 귀하가 그 귀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소만… 성부님이 코레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신 것은 사실이오.”
“그 옛날에 성부님께서 코레아의 존재를 어떻게 아셨을까요?”

대부는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낡아 너덜너덜한 양피지를 펼쳤다.
“이게 성부님께서 남기신 글인데… 내가 읽어보겠소. 동방의 한(漢)나라보다 더 동쪽에 있는 조선(고조선)이라는 나라의 깊은 산에서는 사람 몸처럼 생긴 뿌리가 자라는데 가히 불로초라 일컬을 만하도다. 이 약초뿌리를 구해 섭생에 활용하라…”
“그게 인삼이군요.”
“맞소. 갈레누스 성부님께서도 약초학의 대가였소. 수술할 때 진통제로 쓴 양귀비, 수술 자국을 빨리 아물게 바르는 소루쟁이, 그리고 강장(强壯)에 효험이 큰 인삼, 이것이 성부님께서 즐겨 쓰신 약초였소.”
K교수는 그 시절에 로마와 동방이 교류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성부님의 이 글을 젊을 때 발견하곤 코레아 인삼을 즐겨 먹고 있다오. 내 나이가 몇 살일 것 같소?”
“예? 음… 일흔쯤?”
“하하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선생… 나와 절친한 그 양반과 갑장이오.”
“그러면 1905년 생?”
“그렇소. 그러니 지금 내 나이 111세요. 내가 파리에 가거나 사르트르가 로마에 올 때 우리는 함께 만나 홍삼차를 즐겨 마셨다오. 태어날 때 병약했던 사르트르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삼 덕분이었다고 나는 확신하오. 1964년 가을, 나는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사르트르와 홍합 요리를 먹은 다음 인삼차를 마시고 있었소. 그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사르트르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르트르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소. 1953년 영국 처칠 총리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소? 그런 비(非)문사와 동급(同級)으로 취급되기 싫다면서….”
“호기를 부리셨군요.”
“나는 <동의보감> 저자인 명의(名醫) 허준 선생도 존경하오. K교수님이 쓰신 허준 관련 논문도 읽어보았소.”
“아! 대단하십니다.”

대부는 머리맡에 놓인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열고 뭔가를 꺼냈다. 한글 상표 이름이 보였다. ‘정관장’. 홍삼농축액 팩을 뜯어 마시더니 기운이 나는 듯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은 코레아 인삼제품을 먹기에 참 편리하게 만들었소. 그리고… 먼 길을 오셨으니 귀한 것을 구경시켜 드리겠소.”
대부는 침대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방 한 구석으로 걸어갔다. 벽면 앞에 서더니 지팡이를 조심스레 들어 벽면 어디를 서너 번 콕콕 눌렀다. 지~잉…. 작은 소음이 들리더니 벽면 한쪽이 문처럼 열렸다.
“따라 들어오시오.”

비밀통로였다. 한 사람이 겨우 들락거릴 만큼 좁은 입구에 들어가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50m쯤 걸었을까. 시야가 훤히 틔는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의 사방은 벽을 파서 작은 집처럼 꾸며놓았다. 동굴 속에서 수십 명이 거주한 혈거(穴居) 흔적이 보인다.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그때 일부 검투사가 살아남아 이 동굴에서 숨어 살기 시작했소. 갈레누스 성부께서는 젊은 시절에는 주로 검투사를 돌보는 의사로 활동했다오. 패배자는 죽음을 당하게 마련인데 그 가운데 숨이 멈추지 않은 사람들을 이곳에 데려와 비밀리에 치료했다고 하오. 성부께서는 검투사를 치료한 인연으로 이 동굴을 알게 됐고 동굴 위에 성을 축조했다오.”

K교수는 갈레누스를 오래 연구했지만 이런 비화(秘話)는 처음 듣는다.
“이런 엄청난 역사 유적을 왜 공개하지 않으십니까?”
“탐욕이 그득한 오늘날, 이를 공개하면 재앙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워서….”
“이탈리아 학계나 정부에도 알리지 않았습니까?”
“스파르타쿠스 반란 이후 2000년 동안 비밀에 부쳐졌소. 하지만 최근 마피아 세력이 낌새를 챈 것 같소. 돈줄이 마른 마피아가 이곳을 습격한다는 첩보가 있어 경비를 강화한다오.”
“이방인인 제게 이 극비의 장소를 보여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오.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몹시 위험해지기도 한다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
“두렵지 않으시오?”
K교수는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왜 겁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학자적 호기심, 사명감으로 이겨내겠습니다.”
“좋소! 그럼, 진짜배기 귀중품을 보여드리리다.”

대부는 공간의 틈새에 난 좁은 길로 들어가더니 어두컴컴한 방에 이르렀다.
지성소(至聖所)였다. 눈을 크게 뜨고 한참 있으니 어렴풋이 사방의 윤곽이 드러났다.
제단(祭壇)이 보이자 대부는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K교수, 마르티노, 줄리아나 등도 합장(合掌)했다.

제단 뒤편엔 벽감(壁龕) 3개가 보였다. 그 오목한 공간에 무슨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잘 살펴보시오.”대부의 말에 따라 K교수는 눈을 크게 떠서 왼쪽 벽감을 살폈다.
왕관? 가운데에 독수리가 붙어 있어 이집트 양식인 듯했다. 독수리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신봉하던 ‘호루스 신(神)’의 상징 아닌가.
중앙에 있는 벽감 안엔 기다란 검(劍)이 들어 있었다. 두툼한 손잡이와 손등 보호대가 달린 게 고대 로마 양식인 것 같았다.
오른쪽 벽감에선 양피지 두루마리가 보였다. 무슨 귀중한 문서?

“이것이 갈레누스 성부님께서 후손에게 남긴 보물이오. 대변혁기에 이 보물의 주인이 바뀐다는 구전(口傳)이 있어 요즘이 그때인가, 걱정 반(半) 기대 반(半)의 심정이오.”
“왕관, 칼, 양피지 책… 각각 무엇입니까?”
“놀라지 마시오. 왕관은…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를 만날 때 쓴 것. 칼은…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찔러 시해할 때 사용한 것, 양피지는 아우렐리우스 대왕의 <명상록> 원본….”
“진품입니까?”
“물론이오!‘

K교수는 숨이 턱 막혔다. 대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세계 역사학계를 흥분시킬 ‘대발견’임에 틀림없다. 어둠 속에서도 그 문화재들은 스스로 찬연한 빛을 내뿜는 듯했다.
마르티노 박사가 대부의 소매를 잡고 재촉했다.
“대부님, 징조가 심상찮으니 얼른 바깥으로 나가시지요.”
“그래? 놈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는 건가?”

뭔가 쫓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일행이 어두운 미로를 거쳐 다시 바깥으로 나왔을 때 총성이 요란하게 울렸다.
탕! 타앙! 타타타타탕!
일행은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대리석 바닥의 찬 기운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저벅, 저벅….
접견실 바깥에서 한 무리의 인간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문이 덜컹 열리더니 집사 영감이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와 쓰러지며 외친다.
“대부님! 놈들이 침공했습니다. 얼른 대피하십시오!”
“음… 올 게 왔구먼.”

대부는 눈을 껌벅거리더니 뭔가 결심한 듯 지팡이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마르티노! 자네는 나를 데리고 알파 통로로! 줄리아나! 너는 교수님 모시고 베타 통로로 가서 ‘작전 코레아노’를 수행하라!”
K교수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장면 같아서 어리둥절했다.
“대부님, ‘작전 코레아노’라니요?”
“대답할 시간이 없소. 줄리아나와 함께 얼른 빠져 나가시오. 차후 액션 프로그램은 줄리아나가 일러줄 거요. 잘 부탁하오!”
대부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K교수를 얼싸안았다.

대부가 아까처럼 벽면에 지팡이를 대고 중얼거리니 동굴로 향하는 비밀통로 문이 열렸다. K교수는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허겁지겁 줄리아나 뒤로 쫓아갔다.
다시 지성소로 들어섰다. 줄리아나는 경건하게 합장한 다음 벽감에 든 왕관, 칼, 양피지를 들어내 손잡이가 달린 케이스 3개에 각각 넣었다.
“교수님이 이 2개를 드세요. 양피지는 제가 들고 갈게요.”
“외부로 유출하는 건가요?”
“일단 코레아로 왕관과 칼을 보내는 것이 ‘작전 코레아노’예요.”
“내가 이걸 갖고 한국에 간다고?”
“대부님께서 교수님을 믿고 맡기신 일이에요.”
“줄리아나는 대부님과 무슨 관계요?”
“저는 손녀입니다. 제가 갈레누스 가문을 이어가야 할 운명입니다.”

K교수는 고민이고 뭐고 할 여유조차 없었다. 줄리아나가 다급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서둘러 지성소를 나와 컴컴한 미로를 헤매며 바깥으로 나왔다. 또 다른 출구였다.
타, 타, 탕….
멀리 성채 쪽에서 나는 총성이 희미하게 들린다. 아직 총격전이 진행되나 보다.

한적한 마을이 눈앞에 보였다. 그 마을에 가니 교회 앞에 작은 승용차 1대가 서 있었다. 줄리아나는 그 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이 보물을 어떻게 이탈리아 국외로 반출하겠소? 공항에서 걸릴 게 아니겠소?”
“염려 마세요. 이미 대책을 세워놓았답니다.”

K교수는 그날 밤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으로 갔다.
‘세기의 보물’인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왕관과 브루투스 칼은 그냥 호텔 목욕수건으로 둘둘 말아 가방에 넣었다. 줄리아나가 신신당부하기를 가능한 한 이 물건들이 하찮은 고물인 것처럼 취급하란다. 그래야 탈 없이 통관되리라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K교수의 가슴은 내내 콩닥거렸다. 다행히 아무런 제지 없이 이륙했다. ‘인디애나 존스’라는 영화의 주인공 같은 숨가쁜 하루였다.
드디어 한국 도착. 여기서도 무사통과될까? 입국 심사 때 문제시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세관신고서에 이 물건들을 신고하면 긁어 부스럼이 되겠지?

하찮은 고물처럼 취급하라. 줄리아나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짐을 찾아 세관검사대를 지날 때다. ‘신고할 것 없음’이라는 출구로 나가려는데 세관원이 불렀다.
“잠시 가방을 열어보세요.”
“예?”
K교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열었다. 얼굴이 하얀 여성 세관원은 수건으로 감싼 왕관과 칼을 쳐다보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K교수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것, 뭡니까?”
“애들 장난감이에요. 로마 고물상에서 헐값으로 샀답니다.”

무사통과!
K교수는 쾌재를 부르며 세관검사대를 빠져나왔다. 누군가가 뒤에서 바싹 다가와 K교수의 뒷통수를 잡아당기는 듯한 낌새가 느껴졌다.
“아이들 장난감을 사오시다니… 자상한 아빠시네요!”
귀에 익은 소프라노 목소리였다.
“예?”
K교수가 뒤돌아보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교수님, 입국장에서 또 만나네요!”
로마의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M부티크 O대표였다.

K교수는 삼성동 코엑스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바로 뒤따라 O대표가 올라와 옆 자리에 앉는다.
‘스토킹 당하는 것 아냐?’
K교수는 그런 의문이 들면서 약간 짜증이 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O대표는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종점에 도착해서 내릴 때 O대표는 입을 열었다.
“교수님, 대단히 죄송하지만… 요즘 경제적으로 좀 어려우세요?”
“무슨 말씀을?”
“자제분들에게 고물 장난감을 사주시는 것 보고 마음이 아파서요.”
고승철 소설가 songcheer@naver.com


#고승철의 시간기행#클레오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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