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세계 최고 ‘에콜 페랑디’의 요리철학 한국에 심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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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베르메스 파리상의 의장 인터뷰
한국 미르재단과 손잡고…‘페랑디-미르 요리학교’ 2016년 말 개설
해외진출은 개교 97년만에 처음 정규 9개월-단기 3개월 과정
한식과 프랑스 요리 절반씩 배우는 커리큘럼

졸업식을 마친 에콜 페랑디 학생들이 요리 때 사용하는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에콜 페랑디 제공
졸업식을 마친 에콜 페랑디 학생들이 요리 때 사용하는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에콜 페랑디 제공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가 올해 말 재단법인 미르와 손잡고 한국에 요리 교육 기관을 연다. 에콜 페랑디가 해외에 요리학교를 만드는 것은 1920년 개교 이후 97년 만에 처음이다.

에콜 페랑디를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상공회의소 장폴 베르메스 의장을 22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직접 만나 첫 해외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들어 봤다. 그는 “한국에 만드는 요리학교를 통해 앞으로 한국과 프랑스가 ‘요리 동맹’의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에콜 페랑디를 소개해 달라.


“에콜 페랑디는 1920년 파리 상공회의소가 만든 프랑스 요리학교다. 요리 분야에서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 중 하나로 자부한다. 에콜 페랑디에는 지금도 1500여 명의 학생과 83명의 교수가 있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온 해외 학생의 수도 300명이 넘는다.”

―에콜 페랑디의 첫 해외 요리학교를 한국에 만드는 이유는?

한 에콜 페랑디 학생이 실습 중 자신이 만든 요리를 응시하고 있다. 에콜 페랑디 제공
한 에콜 페랑디 학생이 실습 중 자신이 만든 요리를 응시하고 있다. 에콜 페랑디 제공
“한국의 미르 재단에서 학교 공동 개설 요청을 해서 수용했다. 그 전부터 에콜 페랑디는 한국만의 독특한 발효 문화에 주목해 왔다. 특히 우리 학교의 교수이자 프랑스 최우수 요리 기능장인인 에리크 트로숑 교수가 평소 한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일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 말 설립하는 에콜 페랑디 한국 학교의 이름은 ‘페랑디-미르 요리학교’다. 내년부터 정규 과정(9개월)과 단기 과정(3개월)으로 나눠 입학생을 받는다. 학생들에게 프랑스 요리 교육(50%)과 한식 교육(50%)을 절반씩 받도록 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프랑스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내년부터 에콜 페랑디 교수 2명이 직접 한국으로 건너와 프랑스 요리를 가르친다.

―기업을 돕는 상공회의소가 요리 학교를 만들고, 세계 유수의 학교로까지 성장시킨 점이 특이하다.


장폴 베르메스 프랑스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오른쪽)과 김형수 재단법인 미르 이사장이 한국에 에콜 페랑디 요리학교를 설립하는 내용의 합의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재단법인 미르 제공
장폴 베르메스 프랑스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오른쪽)과 김형수 재단법인 미르 이사장이 한국에 에콜 페랑디 요리학교를 설립하는 내용의 합의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재단법인 미르 제공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직업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20년대 프랑스에서는 요리사가 그랬다. 요식업종이 성장하면서 레스토랑마다 요리사 수요가 늘었지만 교육할 기관이 없었다. 파리 상공회의소가 각 레스토랑과 협약을 맺고 에콜 페랑디를 설립해 요리사들을 길러 냈다. 파리 상공회의소는 에콜 페랑디 외에도 경영대학원과 영상대학원 등 24개 전문 교육기관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번에 에콜 페랑디와 페랑디-미르 요리학교를 공동 출범시키는 재단법인 미르 역시 지난해 국내 16개 기업이 한국 문화 확산을 위해 486억 원을 공동 출연해 만들어졌다. 김형수 재단법인미르 이사장은 “파리 상공회의소는 산하에 여러 교육기관을 만들어 전문 직업인을 육성하고 있다”며 “기업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어떻게 교육하는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셰프로 성장하기 위해서 요리 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없다. 프랑스에서 셰프는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인기 직업이다. 그만큼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창의적인 요리도 만들 수 있다.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소양을 갖춘 인재여야 한다는 의미다. 페랑디-미르 요리학교의 교육 과정에도 인문학과 예술 교육이 포함돼 있다.”

에콜 페랑디는 한국 내 요리학교 개설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도 한식을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하는 교육 가운데 하나로 한식 조리를 포함시킨 것이다.

한식 특유의 발효법, 채소 손질법, 장(醬) 활용법 등을 프랑스 요리에 접목하는 방안을 주로 가르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계 각지에 진출할 프랑스 셰프들이 한식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 에콜 페랑디는 페랑디-미르 요리학교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베르메스 의장은 프랑스 최고 수준의 요리 교육을 한국에서 실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능 장인을 선정합니다. 여기에 선정되면 청색과 백색, 적색 등 프랑스 국기 색상의 훈장을 옷에 달 수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요리 부문에서 이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q매거진#에콜 페랑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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