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삼국전투기’ 10년간의 연재 마친 최훈 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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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정사 바탕… 드라마틱하지 않아 더욱 리얼”

‘삼국전투기’의 최훈 작가는 10년간의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전투는 낙곡과 간도대전, 인물은 장요”라고 밝혔다. 최종편(아래 사진)에서 천하를 꿈꾸던 유비(가운데) 관우(왼쪽) 장비의 젊은 시절을 다룬 이유에 대해 “자기 살길만 생각하는 요즘 세상에 이들 같은 존재가 필요해서”라고 설명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삼국전투기’의 최훈 작가는 10년간의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전투는 낙곡과 간도대전, 인물은 장요”라고 밝혔다. 최종편(아래 사진)에서 천하를 꿈꾸던 유비(가운데) 관우(왼쪽) 장비의 젊은 시절을 다룬 이유에 대해 “자기 살길만 생각하는 요즘 세상에 이들 같은 존재가 필요해서”라고 설명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람이 보이더군요. 인간 군상…. 인간의 역사는 참 짧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10년간의 연재를 마친 만화 ‘삼국전투기’의 최훈 작가(44)는 상념에 젖은 듯 창문 밖을 쳐다봤다. 이 만화가 시작된 2006년 1월이 떠오르는 듯…. 네이버에서 연재된 ‘삼국전투기’는 삼국지 전투에 초점을 맞춘 웹툰이다. 최 작가를 최근 경기 용인시 작업실에서 만났다. ‘MLB카툰’ 등 야구 만화 작가로 유명한 그가 강산이 변할 시간을 삼국지에 집중한 이유부터 물었다.

“어린 시절 월탄 박종화의 소설 삼국지와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에 푹 빠졌었죠. 야구팬들 중에 삼국지 팬이 많아요. 선수 한 명, 한 명을 데려와 팀을 어떻게 만들고 육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마치 장수를 모아 삼국을 통일하듯….”

‘삼국전투기’의 초기 제목은 ‘36☆397’. 36은 ‘36계 병법’을, 397은 삼국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최 작가는 “36계 중 삼국지 에피소드만 추려 1년 정도 연재하려 했다. 그런데 삼국지 정사를 읽은 게 화근”이라며 웃었다.

“‘삼국지연의’로는 만족할 수 없더군요. 한국어로 된 ‘삼국지 정사’ 책이 없어 일본어 삼국지 정사를 보기 시작했죠. 완전히 다른 세계더군요. 정사를 토대로 삼국지 전체를 제대로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죠.”

‘삼국전투기’에는 그만의 독특한 해석이 들어있다. 위, 촉, 오를 균등하게 다루고 관우 장비 등 주요 장수 이외의 인물들도 충분히 조명해 삼국지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것이 ‘삼국지 덕후’들의 평이다. ‘삼국지연의’에 기반을 둔 소설, 만화와 달리 제갈량 사후도 충분히 다뤘다. “다들 ‘관우가 안 죽었으면 촉이 통일했다’고 보죠. 실제로 장수 한 명이 어떻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합니까. 삼국지 정사는 드라마틱하지 않아 리얼한 매력이 있죠. 정사로 보면 제갈량 사후에도 삼국지 이야기가 4분의 1이나 남아있어요.”

‘삼국지를 3번 읽은 사람과는 대면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너무 세상을 많이 안다는 것이다. 이 말을 꺼내자 그는 심각해졌다.

“삼국지는 1800년 전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당시의 삶이나 사고방식이 요즘과 너무 똑같아요. 스마트폰만 없을 뿐이죠. 역사는 반복되는 거 같아요. 문명이 발달하고 개개인이 살기 좋아지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서로 충돌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은 ‘이대로 가면 다같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거죠.”

최 작가는 마지막 장면에 유비 관우 장비의 젊은 시절을 다시 그렸다. “삼국지도 후반부로 갈수록 영웅이 줄고 자기 살길만 생각하는 인물이 많아져요. 앞으로 일본 전국시대도 다뤄보고 싶습니다. 당시는 ‘삼강오륜이 없는 난세’였거든요. 부, 권력, 물질욕…. 오늘날의 욕망과 비슷한 시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삼국전투기#만화#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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