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 씨 “EDM의 E자를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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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EDM 역사서 낸 이대화 씨

EDM 역사서 낸 이대화 씨
EDM 역사서 낸 이대화 씨
M2, 옥타곤, 엘루이, 앤서, 엔비….

서울시내 클럽 이름. 이런 데만 전전하게 될 줄 몰랐다. 원랜 ‘먹물’이었으니까. 2010년.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일거리가 없었다. 월 20만∼30만 원 벌이론 희망이 안 보였다. ‘될 대로 되라’는 막장의 심정, ‘난생처음 제대로 놀아나 볼까’의 마음이었다. 생전 가본 적 없던 클럽에 매주 3, 4일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입장료 안 받는 밤 12시 이전 시간에 들어가 춤췄다. 안에서 파는 술은 비쌌다. 지치면 잠깐 나와 편의점에서 소주 마시고 들어가 다시 췄다. 갑자기 멋진 ‘날라리’라도 된 거 같았다. 새벽 귀갓길이 행복했다.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았거든. 그렇게 몇 달 지났나. 들리기 시작했다. 멸망을 향한 행진곡인 양 그저 쿵쿵대던 풍악이 음악으로. 새로 발견한 세계 속으로 그는 걸어 들어갔다.

국내 최초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역사를 집대성한 역작 ‘BACK TO THE HOUSE: 하우스와 테크노가 주류를 뒤흔들기까지 1977-2009’(엠스퀘어코리아·1만9000원)를 최근 낸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33) 얘기다. 이 평론가는 원래 스무 살 때 팝, 록 평론가로 데뷔했다. “뒤늦게 클럽을 전전하다 언젠가부터 어떤 DJ가 (음악을) 잘 트는지가 판단되기 시작했어요. 내가 더 잘하겠단 생각까지 들었죠.” DJ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내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했나. 평론가답게 이 음악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참고할 한국어 자료가 거의 없었다. “‘없으면 내가 만들자.’ 3년간 영어 원서 30권을 직접 번역하고 정리 요약하면서 준비했어요.”

새까만 표지 속 528쪽에 미국 시카고의 하우스 음악 태동부터 21세기 ‘빅 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까지 망라하는 이 책이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계에선 벌써 ‘성서’로 불린다. 전설적 DJ들의 에피소드를 대서양을 오가며 스파이 소설처럼 정밀하게 들려주니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E’ 자를 몰라도 읽을 만하다. 추천 곡 목록도 실었다.

‘술장사 비슷한 게 DJ’란 선입견을 그는 망치로 깬다. “플로어가 열광의 도가니로 달아오른 순간에도 DJ는 박자와 마디수를 냉철하게 세야 하죠. 그는 곡 A와 곡 B 사이에 개입해 개별 곡엔 존재하지 않던 새 매력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거든요.”

이 평론가는 중장년층이 클럽에서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앞으론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 역사를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디스코텍과 나이트클럽 문화까지 아울러서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dm#일렉트로닉#back to the house#하우스와 테크노가 주류를 뒤흔들기까지 197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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