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앨범 표지에 숨은 뜻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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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SNS-인터넷서 탐정놀이 한창

아이유 뮤비 속 젖병 의미는? 아이유의 ‘스물셋’ 뮤직비디오. 아이유가 물고 있던 젖병에 든 우유를 왼손에 든 인형에게 뿌리는 장면이 성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아이유 뮤비 속 젖병 의미는? 아이유의 ‘스물셋’ 뮤직비디오. 아이유가 물고 있던 젖병에 든 우유를 왼손에 든 인형에게 뿌리는 장면이 성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아이유의 소아 성애 표현 논란에 불을 지피는 데는 뮤직비디오와 앨범 표지, 속지, 가사를 종합적으로 파헤친 누리꾼들의 해석도 한몫했다.

앨범 ‘챗-셔’ 표지에 매우 작게 그려진 버섯과 나무의 모양, 앨범 속지에서 아이유의 배경에 놓인 책의 ‘Discipline(훈육)’ 같은 제목들, 뮤직비디오 속 젖병 같은 소품까지…. 단서를 늘어놓는 탐정 같은 누리꾼들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공간에 공유되면서 ‘과잉 해석이다’ ‘개연성이 높다’ 등의 격론이 오갔다. 해석이 난무하자 뮤직비디오 감독은 ‘대부분 가사에 맞춰 연출한 것일 뿐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튿날 다른 뮤직비디오 감독은 자신의 SNS에 “…하지만 업계 사람들은 다 알지. 기획을 그렇게 허투루 하는 게 아니라는 걸”이라 쓰며 맞섰다.

9층은 엑소 멤버 9명과 관련? 엑소의 ‘Lightsaber’ 뮤직비디오. 엘리베이터 옆에 ‘9’라고 쓰여 있다. 9층은 두 차례 등장한다. 멤버가 9명으로 줄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9층은 엑소 멤버 9명과 관련? 엑소의 ‘Lightsaber’ 뮤직비디오. 엘리베이터 옆에 ‘9’라고 쓰여 있다. 9층은 두 차례 등장한다. 멤버가 9명으로 줄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가수들의 가사나 뮤직비디오 속 디테일은 어디까지가 기획일까. 엑소가 11일 낸 ‘Lightsaber’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한 건물의 9층에 도착한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팬들은 ‘9층’을 9명이 된 엑소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엑소는 원래 12인조였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국계 멤버 3명이 이탈하면서 9명이 됐다. ‘9층=9인조’는 맞는 해석이다. SM이 의도한 바다. 엑소는 지난해 두 명의 멤버를 잃은 뒤 올해 초 ‘엑소더스’의 티저 영상에서 미로 속에서 돌이 두 개 빠져나가는 장면을 담았다. 멤버 탈퇴라는 부정적인 이슈를 가수가 먼저 들먹이는 건 왜일까.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당신(팬)들의 상실감을 우리도 잘 안다’고 다독이면서 그룹의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f(x)의 신작 제목은 ‘4 Walls’다. 멤버 설리의 탈퇴로 이들은 5인조에서 4인조가 됐다. ‘네 개의 벽’은 이를 상징한다는 게 팬들의 해석이다. f(x)가 이어 온 독특한 콘셉트와 입지를 강조하는 ‘넘사벽’(인터넷 속어로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뜻하는 말)의 의미도 담겼다고들 풀이한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네 개의 벽=4인조’는 어느 정도 의도됐지만 ‘넘사벽’은 팬들의 해석”이라고 했다.

가요 기획사들의 ‘은유 박아 넣기’는 2007년 이후 두드러졌다.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이후 영상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브아걸의 사과에 이어폰, 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신세계’ 뮤직비디오. 멤버들이 난해한 문자가 적힌 사과에 이어폰을 꽂고 뭔가를 듣는다. 사과는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는 매개로 해석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브아걸의 사과에 이어폰, 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신세계’ 뮤직비디오. 멤버들이 난해한 문자가 적힌 사과에 이어폰을 꽂고 뭔가를 듣는다. 사과는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는 매개로 해석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노랫말이나 소품에 모호한 은유를 넣어 해석의 여지를 두는 것은 아이돌 음악계에서 이른바 ‘떡밥’으로도 불린다. 팬들이 집필하는 소설 ‘팬픽(팬 픽션)’ 대신 최근엔 ‘뮤비 해석’ ‘가사 해석’이 아이돌 2차 소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됐다.

‘사과는 아담과 하와에게 원죄를 깨닫게 해 준 매개체예요. 멤버들이 사과에 꽂힌 이어폰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신곡 ‘신세계’ 뮤직비디오에 달린 한 누리꾼의 해석이다. 이들은 신작 가사에 양자역학과 물리학을 도입했다. 난해하고 모호한 ‘떡밥’으로 중무장한 셈. ‘웜홀’ ‘쿼크’ 같은 단어가 곳곳에 포진돼 상상력을 자극하고 해석을 부른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2, 3년 전부터 패션 전문가나 팝 아티스트들이 아이돌 영상 작업에 합류하면서 ‘아트 필름’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면서 “다만, 이런 해석들이 불현듯 팬덤 밖으로 나와 사회의 도덕률과 맞부딪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해석은 유희의 요소를 갖고 있을 때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이유#엑소#브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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