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방한 사운드는 한편의 자연다큐, 레드 제플린-러시를 다시 듣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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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낸 3인조 밴드 라이프앤타임

3인조 밴드 라이프 앤 타임. 왼쪽부터 임상욱(드럼), 박선빈(베이스기타), 진실(기타, 보컬). 때로 레드 제플린, 러시도 연상시키는 이들 음악의 참고자료는 대자연이다. 해피로봇 레코드 제공
3인조 밴드 라이프 앤 타임. 왼쪽부터 임상욱(드럼), 박선빈(베이스기타), 진실(기타, 보컬). 때로 레드 제플린, 러시도 연상시키는 이들 음악의 참고자료는 대자연이다. 해피로봇 레코드 제공
‘얼마 전부터 쏟아지던 비 탓에/수위는 점점 더 높아져 가고/어느새 거칠어진 물살이/부딪혀 솟구치네, 뒤섞이네.’(‘급류’ 중)

사랑과 이별, 자랑과 우열의 노래만 넘쳐난다. 요즘 대중음악계 얘기다.

최근 1집 ‘Land’를 낸 3인조 밴드 ‘라이프 앤 타임’(진실 박선빈 임상욱)의 세계는 다르다. ‘급류’ ‘꽃’ ‘빛’ ‘숲’ ‘땅’ ‘Life’…. 노래 제목처럼 가사와 연주의 화폭에 대자연을 그려내는 게 목표다.

“밴드 이름과 음악 주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 BBC 자연 다큐멘터리였어요. ‘Life’와 ‘Time’ 시리즈가 특히 명작인데, 거기서 우리 이름이 왔죠. 진실이와 함께 보면서 ‘이렇게 멋있는 것들을 볼 수 있다니!’ 감탄했어요. 음악 소재를 여기서 얻어 보자고 했죠.”(박선빈) “팀을 만들면서 ‘어떻게’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없으면 음악이 가벼워진다고 생각했어요.”(진실)

첫 곡 ‘급류’부터 거인의 보폭처럼 대담하고 명징한 기타 반복 악절이 쏟아진다. ‘My loving city’는 버지(Budgie))의 ‘Breadfan’(1973년)처럼 저돌한다. 호방한 사운드가 레드 제플린, 러시, AC/DC의 1970, 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재즈 연주자 출신인 임상욱의 섬세한 초고속 드럼 연주가 벌새의 날갯짓처럼 받친다.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폭포수의 장관을 내려다보다 꽃잎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으로 낙하하듯 진폭이 크다. 전자음악이나 포스트 록에서 영향을 받은 몽환성도 열대의 햇볕처럼 내리쬔다.

‘빛으로 길러진 꽃은/빛으로 말라가네…열망으로 쌓여와/열망으로 부서지네.’(‘꽃’ 중)

1집의 큰 주제를 ‘땅’으로 잡은 1986년생 호랑이띠 동갑내기들은 작년 데뷔 미니 음반 ‘The Great Deep’엔 바다와 물에 관한 노래를 가득 담았다. ‘대양’ ‘유니버스’ ‘호랑이’ ‘남해’ ‘강’…. 컴퓨터나 신시사이저 대신 고전 록 악기 세 대로 대자연의 심상을 붓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곡 쓰다 막히면 자연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경기) 가평으로 훌쩍 떠나서 2주 정도 합숙도 했죠. 해가 막 뜬 아침에 수목원을 함께 걸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곡이 ‘급류’고 ‘Life’(QR코드)의 초안도 거기서 나왔어요.”(진실)

몰아쳤다 풀어져 흐르는 급물살을 표현해낸 게 ‘급류’의 악절들. 빠르게 음계를 오르내리던 기타 사운드가 문득 정지됐다 융해되는 ‘꽃’의 절정은 꽃망울이 갑작스레 터져 만개하는 장면을 표현했다.

“‘산울림’ 같은 팀의 계보를 잇고 싶어 만든 곡이에요. 악기 위 손가락이 가는 대로 곡을 만들지 않고, 철저히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놓고 그걸 적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고민했어요.”

라이프 앤 타임은 다음 달 21일 1집 발매 기념 공연(오후 7시 서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1544-1555)을 연다. 2.35 대 1의 화면 비율, 울트라 HD로 촬영된 자연 다큐멘터리 한 편을 감상할 시간이다. 두 귀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레드제플린#라이프앤타임#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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