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영혼의 한 부분이 휴가를 나온 기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6일 05시 45분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 다에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서는 소프라노 임선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임선혜가 보여줄 ‘임선혜표 크리스틴’에 뮤지컬뿐만 아니라 클래식 팬들까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 다에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서는 소프라노 임선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임선혜가 보여줄 ‘임선혜표 크리스틴’에 뮤지컬뿐만 아니라 클래식 팬들까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소프라노 임선혜, ‘팬텀’ 크리스틴꺠역으로 뮤지컬 도전

한국·유럽 오가며 팬텀 연습·공연스케줄 소화
“팬텀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팬텀’의 캐스팅을 보고 눈을 비볐다. 임선혜라니, 내가 알고 있는 그 임선혜?

꾀꼬리보다 아름답다는 목소리 하나로 유럽 클래식계를 휘젓고 다니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39)가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클래식 팬에게나 뮤지컬 팬에게나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20년 전으로 치면 뮤지컬 명성황후에 조수미가 명성황후로 출연하게 되었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지난 가을, 임선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도전과 욕심에 대한 글이었다. 도전은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 이후에 올 발전을 상상하면서 용기를 내는 것’이요, 욕심은 ‘잘 할 수 있다는 것과 득이 될 것을 알면서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글은 “나는 도전이므로 간다”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끝났다. 최근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임선혜는 “실은 그날이 팬텀 출연을 결정한 날이었다”며 웃었다.

● 서울대 시절 임선혜는 ‘가요’, 김소현은 ‘클래식’ 두각

임선혜는 뮤지컬 출연을 두고 “영혼의 한 부분이 휴가를 나온 기분”이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예정되어 있는 공연스케줄과 팬텀 연습을 위해 숨 쉴 틈 없이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살고 있다.

마에스트로 르네 야콥스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성악가 중에는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연기도 잘 해서 배역과 몸이 하나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표적인 인물로 임선혜를 꼽은 일이 있다. 임선혜는 클래식 고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오페라 가수로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외국말로 노래하고 대사를 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내 나라 말로 모국에서 해내지 못한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임선혜는 “과연 우리말로 무대언어를 잘 살릴 수 있을까란 질문에 물음표를 땅땅 찍고 왔다”고 했다. 팬텀은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루르의 추리소설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임선혜가 맡은 크리스틴 다에는 팬텀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키워가는 소프라노 역이다. 오페라의 유령도 그렇지만 팬텀 역시 클래시컬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임선혜는 “뮤지컬 시각에서 보면 오페라같은 작품이겠지만, 오페라 시각에서 보면 뮤지컬스럽다”며 웃었다.

임선혜는 뮤지컬과 재미있는 인연이 있다.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류정한이 성악과 직속 4년 선배이고, 김소현은 동기동창이다. 임선혜와 김소현은 동기들 중에 실력이 뛰어나 주변에서 라이벌로 통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소현이 클래식을 잘 한 반면 임선혜는 가요에 출중(?)했다고 한다. 임선혜는 “졸업 후에 서로 학창시절과 반대의 길로 가게 돼 신기했다”고 전했다.

김소현은 2000년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으로 뮤지컬 데뷔했다. 두 사람이 같은 듯 다른 작품에서 같은 배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신기한 인연이다.

“팬텀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 열심히 헤엄만 치다가 잠시 물가에 앉아서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팬텀은 내게 그런 작품으로 다가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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