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장 출신 배우 2명, 무대에 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한때 문화 행정을 좌지우지했던 전직 장관들이 나란히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연극 ‘아빠 철들이기’에서 철없는 ‘심 봉사’ 역을 맡은 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63)과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주인공과 해설자 1인 2역을 맡은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64)가 그 주인공.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2006년 3월∼2007년 5월) 문화관광부 장관을, 유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2008년 2월∼2011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비슷한 시기에 본업에 돌아온 두 배우를 만나 ‘행정’이 아닌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아빠 철들이기’로 16년 만에 무대에 오른 김명곤 전 장관. 그는 “공연을 찾아주는 관객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오랜만에 무대에 선 만큼 후회 없이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빠 철들이기’로 16년 만에 무대에 오른 김명곤 전 장관. 그는 “공연을 찾아주는 관객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오랜만에 무대에 선 만큼 후회 없이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연극판 돌아오니 살맛나요”

김명곤 전 장관 ‘아빠 철들이기’서 심봉사역


이름 석 자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건 무려 16년 만이다. 배우에서 국립극장장,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쳐 최근 세종문화회관 이사장까지 맡은 김명곤의 무대 복귀작은 심청전을 비튼 ‘아빠 철들이기’(국립극장 KB하늘극장)다. 그의 역할은 ‘심 봉사’. 날마다 사고 치고 들어와 딸 심청의 속을 들었다 놨다 하는 캐릭터다. 오랜 공백기간 동안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던 걸까. 그는 19일 ‘아빠…’ 공연이 끝나면 다음 달 1일부턴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 오르는 연극 ‘아버지’에서 소외된 이 시대의 아버지로 변신한다.

최근 만난 김명곤은 “연극쟁이가 연극판에 돌아와서 그런지 요즘 살맛 난다”며 웃었다. “장관도 했고, 극장장도 했고, 연출가도 했고,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직접 무대에 서 관객을 만난다는 건 늘 긴장되고 새롭습니다. 3일 첫 공연 때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입이 바짝바짝 마르더라고….”

16년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아빠…’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박하나 작가가 어느 날 ‘아빠…’의 원작인 ‘소녀 심청’ 대본을 들고 찾아와 ‘나중에 영화감독 하면 쓰세요’라고 했다”며 “심청, 춘향, 홍길동, 놀부가 등장인물인 퓨전 사극이었는데 대본을 읽고 보니 영화보다 연극, 마당극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직접 류기형 연출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그러더라고. ‘이 작품에서 심 봉사는 김 선생님이 적임자예요’라고…. 내심 기뻐하며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명량’에서 왜군 수장 도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에게 심 봉사 역은 가볍고 철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그는 “무게 잡는 연기보다 힘 빼고 하는 연기가 더 어렵다”며 “90년대 초반 마당놀이나 연극에서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심 봉사도 어울린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무대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장관 등 외부 일 할 때보다 요즘이 마냥 행복합니다.” 3만5000∼4만5000원. 1544-1555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1인 2역을 맡은 유인촌 전 장관. 그는 “페리클레스 작품 자체가 유머러스해 사람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며 “관객을 만날 기대감에 설렌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1인 2역을 맡은 유인촌 전 장관. 그는 “페리클레스 작품 자체가 유머러스해 사람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며 “관객을 만날 기대감에 설렌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체력 키우며 신나게 연습중”

유인촌 전 장관 ‘페리클레스’서 1인2역

유인촌은 배우와 장관의 이미지가 모두 강렬하다.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최불암)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비롯해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35개월 동안 맡아 역대 문화부 장관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2011년 장관을 마친 그는 다시 배우로 돌아갔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광대무변의 연극 ‘파우스트’ ‘홀스또메르’에 출연했다. 이번엔 외부 극단의 작품에 서기로 했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셰익스피어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해설자 ‘가우어’와 ‘늙은 페리클레스’ 1인 2역에 도전하는 것.

8일 만난 그는 “예술의전당은 과거 이사장을 지냈던 곳이라 부담스러웠지만 양정웅 감독이 적극 캐스팅을 한 데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해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개월 전부터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씩 연극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장기간 공연을 버틸 체력을 기르기 위해 휴식 시간 틈틈이 운동까지 하고 있다. 그는 “하루 24시간 연극 이야기만 하는 젊은 친구들과 작업하면서 열정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연극배우들이 주로 연출가 선생님의 지시만 잘 따라 연기하면 됐었죠. 근데 양 감독은 다르더라고요. 배우가 스스로 끌어낼 수 있도록 이끌더군요. 제 연기 스타일과도 잘 맞아서 요즘 신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 유시어터를 젊은 창작자들에게 하루 1만 원에 대관해주는 걸로 화제를 모았다. “후배의 창작 활동을 돕고 싶어요. 사재를 들여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상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마음이고요.”

이번 작품에서 그는 경계에 선 배우다. 해설자 가우어로 연기할 땐 관객과 같은 관찰자로서 작품을 바라보고, 늙은 페리클레스로 분할 땐 깊이 있게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매력 있어요.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연기할 때마다 힐링되는 기분입니다.” 다음 달 12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6만 원. 02-580-13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김명곤#유인촌#아빠 철들이기#페리클레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