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쩐의 전쟁’ 한일 비교…뭘해도 한국판이 더 자극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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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쩐의 전쟁’은 2007년 3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쩐의 전쟁’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패가망신한 시라이시 토미오(쿠사나키 츠요시)가 사채업계에 뛰어들어 돈과 복수를 한꺼번에 거머쥐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줄거리는 같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조금씩 차이 나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발견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를 짚어봤다.

△분출하지 않는다=토미오의 분노 지수는 한국판 주인공인 금나라(박신양)보다 훨씬 낮다. 돈을 빌리려 옛 친구에게 찾아간 토미오와 금나라는 똑같이 친구로부터 토사물을 먹으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모욕적인 제안을 받는다. 토미오는 결국 잔해를 먹지 못하고 친구에게 비웃음을 산다. 그렇다면 금나라는? 잔해를 먹는 대신 친구의 얼굴에 뿌려버린다! 아마도 ‘예의의 나라 일본’에서는 차마 남의 얼굴에 토사물을 던지는 것까진 할 수 없었나 보다.

△평범하지 않다=금나라도 서울대, 토미오도 도쿄대 출신이고 집념과 근성 넘치는 성격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토미오에게는 좀더 확실한 능력이 있다. 한번 보면 모든 숫자를 바로 외워버린다는 것. 한국의 원작 만화에는 있었지만 한국판 드라마에서는 부각되지 않은 설정이다. 일본 시청자들이 좀더 만화적 설정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자극하지 않는다=뭘 해도 한국판이 10% 더 자극적이다. 한국판은 아버지가 피로 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고 여동생은 술집에 팔려간다. 하지만 일본판에서는 혈서 아닌 손으로 쓴 유서가 나오고 여동생 대신 대학 연구원인 남동생이 등장한다. 연출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한국판에선 금나라가 오열하는 모습을 길게 비추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일본판은 아버지 시신을 확인한 토미오가 회사에 사표를 내러 가는 장면으로 바로 전환된다.

△사랑하지 않는다=한국판은 금나라와 금나라의 전 약혼녀, 그 약혼녀를 짝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금나라와 우연히 함께 살게 되는 금나라의 고등학교 은사의 딸까지 사각관계가 명확했다. 일본판은 좀 다르다. 일단 금나라의 전 약혼녀에게 짝사랑남이 없다. 고등학교 은사의 딸과 토미오의 ‘러브라인’도 아직까지는 불명확하다. 한국판에선 초반에 이미 둘이 부둥켜안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좁은 장소에 함께 숨는 등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줬건만, 일본판에서 지금까지 둘이 한 것이라곤 부엌에서 나란히 요리를 하는 정도다. 이런 초식남의 나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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